담요 한 장 속에 
아버지와 함께 나란히 누웠다.
한참 만에 아버지가 
꿈쩍이며 뒤척이신다.
혼자 잠드는 게 미안해 
나도 꼼지락 돌아눕는다.
밤이 깊어 가는데 
아버지는 가만히 일어나
내 발을 덮어주시고 
다시 조용히 누우신다.
그냥 누워 있는 게 뭣해 
나는 다리를 오므렸다.
아버지 ― 하고 부르고 싶었다.
그 순간 
자냐? 하는 아버지의 쉰 듯한 목소리
― 네. 
나는 속으로만 대답하고 돌아누웠다.

●담요든 이불이든 그 속에 가족이 함께 한다는 사실만으로 따뜻함이자 행복 그 자체다. 특히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라면 분위기는 사뭇 달라질 수 있다. 간혹 어떤 물음 앞에 헛기침으로 공백의 뜸을 들이던 아버지. 조금은 서먹했던 아버지와의 관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했을 땐 항우장사 같았던 괴력도 다 소진한 뒤였으리라. 

●아동문학가 권영상(權寧相·1953년~ ). 강원도 강릉 초당 출생. 강원일보 신춘문예, 소년중앙 문학상, 한국문학 등으로 등단. 동시집 《엄마와 털실뭉치》 외, 동화집 《둥글이 누나》 외 30 여권 출간. 세종아동문학상, MBC 동화 대상, 소천아동문학상, 열린아동문학상 외 다수 수상. 현재 한국아동문학인 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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