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 공간배치로 쾌적해진 주거공간
내·외부 단절로 익명성도 보편화 돼
공동체 사업으로 소통의 장 형성을  

 

권태목울발연 미래전략팀 전문위원

도시가 성장하면서 사람들의 주거형태는 작은 토지면적 위에 많은 주택이 배치될 수 있는  주택유형으로 변하게 됐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아파트나 연립주택, 다세대주택이 그러하다. 아무래도 이러한 주택유형은 적은 토지면적에 많은 가구가 살 수 있다 보니 좀 더 많은 이들과 얼굴을 보게 되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접촉을 늘려줄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물리적으로는 더 많은 사람이 가까이 모여서 살고 있지만 사람들의 관계는 그렇게 다양해졌다고 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수평적인 공적 배치에서 수직적인 공간적 배치가 이뤄졌는데, 엘리베이터를 통하지 않고서는 마주치기 어렵고, 거주밀도가 높아져서 그런지 오히려 이웃을 외면하는 이도 많은 것 같다. 

이러한 주거양식이 현대 도시의 주택부족 문제를 해소해주고, 물질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에게 쾌적한 주거공간을 공급해 줬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외부와는 단절되는 폐쇄적인 공간적 형태를 가지고 있어 개별 주거공간들 간, 단지의 내부와 외부간의 교류 단절을 초래하는  문제가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주거형태의 문제를 넘어서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밀집된 주거형태가 익명성이라는 현상을 가져오게 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 나 하나쯤 모르게 지낸다고 큰 문제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과 이웃과 교류를 하고자 하더라도 그 많은 사람들과 모두 교류를 하고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러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로 인해서 나타나는 문제가 요즘 세상을 많이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고독사, 복지 사각지대의 문제 등 이웃과의 교류가 단절된 가운데 외롭게 살아가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과 익명성에 기인한 범죄의 증가 등 도시가 성장하면서 이러한 문제도 함께 커져만 가는 것 같다. 

최근 이러한 문제를 마을에서부터 해결해보기 위한 움직임들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 같다. 타지역이기는 하지만 한 초등학생이 아파트 단지 안에서는 엘리베이터를 하나의 소통 수단으로 삼아 이웃과 소통하고 이를 계기로 마을공동체형성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모습 등 다양한 사례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물론 공동체의 중요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거론되던 것이기에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 사업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2010년을 전후해 공공이 주도하는 마을공동체 형성 사업들도 매우 활발하게 진행 중에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동구, 북구, 울주군에서 조례를 제정하고 주민들을 상대로 마을공동체형성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타지역에 소개해도 좋을 만한 성공사례들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우선 동구는 전하동의 황금시장 공동체사업을 들 수 있다. 낡고 색이 바랜 건물 외관을 가진 자그마한 황금시장은 그 이름조차 생소하게 여기는 지역민들이 많았다. 하지만, 동구청의 지원을 통해 공동체 사업을 진행했고, 지역주민들과 좋은 화합의 장과 소통을 장을 형성해 2년 연속 지원 사업으로 선정됐다. 
북구는 지역에서 가장 오래 동안 공동체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는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사업에도 선정된 적이 있는 호계동의 홈골 공동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소외계층을 위한 문화나눔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지역의 공동체 형성을 주도했다. 

또한 울주군은 현 시대에 주목할 만한 사례가 하나 있는데, 바로 두동면 만화리의 공동체 형성 사업이다. 귀농 및 귀촌이 화두가 되고 있는 시대에 귀촌인들이 기존 주민들과 어떻게 화합해 나가야될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 줬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의 성과가 있었다. 마을회관인 칠조회관을 중심으로 어르신들과의 소통의 장을 만들고,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마을이야기를 정리하는 등 서로의 생각을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냈다. 그 결과로 마을 제당 제사에 참여할 수 없었던 귀촌인들이 지역 어르신들과 함께 제당 제사에 참여할 수 있게 돼 마을 공동체의 한 일원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공동체 사업을 통해 들어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렇듯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체 형성 사업은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으며, 도시내부 뿐만 아니라 농촌지역에도 매우 유효한 사업임을 알 수 있다. 도농통합도시인 울산의 다양한 곳에서 이러한 사업이 지속돼 타지역보다 사람살기 좋은 도시로 변화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