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사 가현산업개발 “경영난으로 10월 1일부로 폐쇄”
보상 난항으로 현 터미널 미준공 상태…이전 불가
이전계획부지 새 도시계획시설 지정 신청도 반려
추석 대목부터 울주 서부권 주민 이동 큰불편 예상
市 “사안 검토 중…가현산업개발과 논의해보겠다”

 

 

울산시 울주군 언양시외버스터미널 전경, (울산매일 UTV 포토뱅크)

도시계획시설 준공과 이전 계획 난항으로 골머리를 앓던 울산 울주군 언양시외버스터미널 운영사가 끝내 ‘터미널 폐쇄’ 카드를 내밀었다. 터미널 이전 계획이 어려워지면서 매달 수천만원씩 쌓이는 적자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인데, 민족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울주 서부권 주민들은 발이 묶일 처지다.

언양시외버스터미널 운영사인 (주)가현산업개발은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10월 1일부로 터미널을 폐쇄 조치하겠다”고 19일 밝혔다. 같은 내용의 문서를 전날 울산시에도 전달했다.

언양시외버스터미널은 1986년 1월 자동차정류장으로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받았고, 1989년 12월 실시계획인가와 사업시행자지정이 이뤄졌다. 하지만 전체 계획부지(4,950㎥) 중 일부(3,643㎥)만 터미널로 임시 사용하는 ‘미준공’ 상태로 28년이 흘렀다.

2014년 현 터미널에서 650m가량 떨어진 옛 한국도로공사 영남지사 부지(동부리 42-1번지, 42-22번지·8,309㎥)를 38억원에 매입(낙찰)한 가현산업개발 측은 터미널 이전을 추진했지만 난항을 겪었다. ‘이전’은 행정절차상 도시계획시설 사업의 ‘준공’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미준공’ 상태의 터미널을 준공하기 위해 일반 지주들이 소유한 상가(1,307㎥)에 대한 보상 절차가 진행됐지만 3.3㎥당 3,000만~1억원의 거액을 요구하면서 그마저도 무산됐다.

‘이전’이 어려워지자 가현산업개발 측은 기존 도시계획시설을 ‘취소’하고 이전 계획 부지에 새로운 도시계획시설을 지정해달라는 내용의 ‘입안 제안’을 지난달 4일 울산시에 제출했다. 그러나 울산시는 “미준공 사업장으로서의 현 시점에서 시설 폐지는 불가하다”며 반려 처분했다. 

이에 결국 가현산업개발 측은 “매월 4,000만원의 만성 적자 운영으로 경영상 부도위기에 놓였다”며 “인·허가상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터미널을 폐쇄하고 사업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터미널 사업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른 ‘허가’ 사항이다. 사업 시행뿐만 아니라 휴업·폐업도 울산시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없이 폐업을 강행할 경우 면허 취소와 2년간 터미널 사업을 제한하는 제재를 받게 된다. 최대 벌금 1,000만원의 형사처벌도 가능하지만 면허를 유지하면서 매달 수천만원의 적자가 쌓이는 가현산업개발 입장에서 부담은 미미하다.

가현산업개발 측은 버스가 드나드는 주차장과 승강장, 매표소 등 터미널 내·외부를 모두 폐쇄한다는 계획이다. 입점한 상가 대부분이 터미널을 통하지 않고 출입은 가능한 상황이다. 버스 기사들이 직접 매표를 할 수는 있지만 승강장이 폐쇄되면서 사실상 시외버스 이용 자체가 어려워진다.

이날 시외버스업체들에도 ‘터미널 폐쇄 방침’이 통보됐다. 한 시외버스업체는 “팩스로 해당 내용을 통보받았는데 상당히 난감하다”며 “운행하던 노선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터미널이 폐쇄되면 언양읍 등 울주군 서부권 주민들이 시외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1시간여 떨어진 남구 신복로터리 등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울산시는 관련 사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가현산업개발 측과도 논의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언양시외버스터미널에는 경주·김해·남서울·동서울·부산·양산·통영·포항 등을 오가는 시외버스와 1703·1713·1723번 시내좌석버스가 드나들며 하루 평균 1,500~2,000명의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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