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인근 지하수 벤조피렌 검출
1급 발암물질 지정… 기준치 無
울산도 아스콘공장 불안감 증폭
전국 자치단체 별도 측정 않아
정부, 조사후 내년부터 배출 규제

 

아스콘 포장작업 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타지역에 위치한 마을 곳곳에서 아스콘이나 시멘트 공장에서 나오는 물질 때문에 암 환자가 늘고 있다는 결과가 정부로부터 확인되면서 아스콘 공장 인근에 있는 울산지역 주민들도 패닉에 빠졌다.

평소 악취문제로 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는 정도로 생각했던 주민들은 생명에 위협까지 느끼게 됐다며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전북 익산 장점마을 지하수에서 유해물질 PAHs가 검출됐다. 

PAHs(벤조피렌)은 화석연료 등의 불완전연소 과정에서 생성되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의 한 종류로 인체에 축적될 경우 각종 암을 유발하고 장기간 노출시 생식세포를 손상, 돌연변이 유발 우려가 있는 환경호르몬이다.

숯불에 구운 쇠고기 등 가열로 검게 탄 식품, 담배연기, 자동차 배기가스, 쓰레기 소각장 연기 등에 포함돼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에서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해 놓고 있지만 명확한 기준치가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공장에서 배출되는 낮은 농도라도 암을 유발할 수 있는 16가지 물질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벤조피렌을 비롯한 4가지 물질에 대한 시급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임을 확인했다.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이 마을 피부암 발병률이 전국 평균보다 30배 높게 나타났다. 이곳은 80여명 중 12명이 암으로 숨졌고, 11명이 투병 중에 있다. 

전북 남원 내기마을에서는 10년전 전원생활을 꿈꾸며 마을로 귀농한 한 주민이 5년만에 식도암에 걸렸고 지난 1월 숨지는 등 40여명 남짓한 마을에서 10년간 15명이 암으로 숨졌다.

경기 김포시 거물대리의 경우 벤조피렌이 기존 측정지역보다 5배 넘게 나왔으며, 암 환자가 늘었다는 주장이 계속 됐다. 실제 위암 발병률은 전국 평균의 5배였다.  

이들 마을에 대한 전문위원회 검토보고서를 통해 아스콘 공장 등이 인접한 지역에서 피해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울산지역 주민들도 아스콘 공장에 대한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  

19일 한 아스콘 공장과 800m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북구 대단위 아파트 주민 A씨는 “지난해와 올해 악취 때문에 몇 번 민원을 넣기는 했지만 이렇게 위험한 오염물질인지는 몰랐다”며 “타 지역 소식을 접하면서 빨리 이사를 가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주민 B씨는 “지자체가 지역에 위치한 공장에서도 이 같은 유해물질이 무단으로 배출되고 있는지 여부를 조속히 점검하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4월에는 울주군의 한 아스콘 공장이 시민들의 식수원인 대암댐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울주군이 현장점검에 나섰지만 위반사항은 발견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울산시 관계자는 “대기환경 및 수질에 대해 지자체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PAHs에 대해서는 별도로 측정하고 있지는 않다. 규정자체가 마련돼 있지 않아서 전국 어디에서도 정기적으로 점검해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환경부에서 진상 파악 후 조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올해 안에 조사를 마무리 짓고 내년부터 배출 규제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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