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은 한국 축구의 위기 상황에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고도 전임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 나아진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 때문에 월드컵 경험이 풍부한 거스 히딩크 감독 등 '소방수'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노컷뉴스 자료사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얻은 거스 히딩크 감독의 국민 지지도다.

설문 결과 히딩크 감독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영입해 2018 러시아월드컵을 치러야 한다는 의견(22%)은 현재의 신태용 감독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17%)는 의견보다 더 높은 지지를 얻었다. 여기에 히딩크 감독과 신태용 수석코치 체제는 21.6%, 신태용 감독 체제를 유지하되 히딩크 감독이 기술고문을 맡는 방법도 26.6%였다.

이는 2017년 9월 현재 한국 축구대표팀이 처한 위기 상황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결과다. 많은 국민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하고도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는 한국 축구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이제 막 2경기를 치른 신태용 감독 혼자의 힘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판단이다. 한국 축구를 위기에서 구할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의 4강 신화를 이끌었던 히딩크 감독은 한국 축구의 ‘소방수’가 될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 축구대표팀의 과정일 뿐 최종 목표는 아니다. 많은 축구팬의 불만은 여기서 출발한다. 노컷뉴스 자료사진

◇ ‘무색무취’ 한국 축구의 불투명한 미래

전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의 부진한 경기력 탓에 경질됐다. 이 때문에 신태용 감독에게는 대표팀 경기력 개선이라는 분명한 숙제가 따랐다. 앞서 리우올림픽 대표팀, 20세 이하 월드컵 대표팀을 이끌 당시 신태용 감독이 화끈한 공격 축구를 표방했다는 점에서 기대치도 컸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이란, 우즈베키스탄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슈틸리케 감독 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부진한 경기력에 그쳤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는 달성했지만 불과 9개월 뒤 열릴 월드컵 본선에서 세계적인 강호와 만나 무기력한 패배에 그칠 것이라는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불안한 입지 속에 신태용 감독은 다음 달 7일 러시아, 10일 튀니지와 원정 평가전을 치른다. 신태용 감독에게 이번 원정 평가전은 단순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위기에서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러시아월드컵에 나설 명분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러시아전은 히딩크 감독이 직접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볼 예정이다.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 70%가 히딩크 감독으로 대표되는 ‘소방수’의 투입을 바라는 현 상황에서 객관적인 기량 면에서 우위인 러시아를 상대로 한국 축구의 특색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감독’ 신태용의 입지는 더욱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앞선 이란,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에 보여주지 못한 한국 축구의 ‘힘’을 선보일 경우 자신을 향했던 많은 물음표를 떨칠 수 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자신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러시아를 직접 찾아 한국과 러시아 축구대표팀의 평가전을 현장에서 지켜볼 예정이다. 노컷뉴스 자료사진

◇ 대표팀에 필요한 것은 ‘변화’, 러시아전서 보여줘야 한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평가전은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대표팀의 부족한 점을 알아보기 위한 목적”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 우리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은 갔지만 내용이 재미없다. 현재 축구팬이 화가 난 것은 결과가 아닌 답답한 경기력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가운데 열릴 러시아전은 분명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박 해설위원의 분석이다. 그는 “(유럽 원정 평가전은) 전술적인 답답함을 해소할 내용이 필요하다. 비록 평가전이지만 월드컵 본선이라는 생각으로 한국 축구의 컬러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경기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문선 축구연구소 소장은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행 티켓은 땄지만 신태용 감독은 최종예선보다 스트레스가 더 심해졌다”면서 “유럽 원정 평가전은 물론, 동아시안컵까지 매 경기가 단두대매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 튀니지와 평가전 결과가 안 좋으면 신태용 감독은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한 신 소장은 “현재 한국 축구는 ‘선장’이 불안한 것이 아니라 ‘배’가 불안한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조만간 난파할 것이 뻔한 상황이다. 히딩크 감독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신태용 감독과 한국 축구에 분명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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