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아,
형아 친구 진석이가 나만 보면
자꾸
교회 가자 한다 아이가
교회 다니면 죽어서
천당 간다꼬.

니 그 말 
믿지 마래이
내 보고도 자꾸 그란데이
지난번에
저그 할매 돌아가셨는데
천당 안 가고
묘지에 갔데이
니도 알고 있제.

아, 그래 맞데이!
그런데 형아,
묘지에도 천당이 있는 거 아이가.

나도 모른데이
니, 잠 안 오나?
자자. 

●전생 현생 내생, 이 삼생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볼 수만 있다면 어떻게 될까. 보나 마나 천지개벽과 같은 대혼란만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금기의 판도라 상자는 열 수도 없거니와 열어서도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러니 천당이니 지옥이니 하는 해답은 오직 마음의 문을 통해서만 짐작이 가능하다. 그나저나 조무래기 형제의 대화에서 우리는 참을 수 없는 웃음을 머금게 되니 이곳이야말로 천당임에 분명하다.

●아동문학가 동시인 김마리아(1956년~ ). 울산광역시 방어진 꽃바위 출생.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2000년 『아동문예 문학상』 당선으로 문단 데뷔. 2007년 〈새벗문학상〉 수상 등. 동시집 《빗방울 미끄럼틀》, 《구름씨 뿌리기》, 《집을 먹는 배추벌레》, 《키를 낮출게》, 《소를 지붕 위에 올려라》 등 출간. 초등학교 교사용 지도서에 「흙 먹고 흙똥을 싸고」, 초등학교 교과서에 「키를 낮출게」와 「늦게 피는 꽃」, 중학교 자유학기제 교과서에 「풍차와 빙글바람」 수록. 현재 전업 작가로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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