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부지부장 자진 해제 회견
“교섭팀장 위치 제역할 다할 터”
 구조조정·임단협 등 성과 전무
‘차기 집행부 선거 준비’ 분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김진석 수석부지부장이 20일 시의회 옥상에서 119일간 벌인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지상으로 내려와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우성만 기자 smwoo@iusm.co.kr

임단협 조속 타결과 구조조정 중단 등을 촉구하며 울산시의회 옥상에 올랐던 현대중공업 노조간부가 119일만에 농성을 해제했다. 하지만 농성해제를 결정한 이유가 설득력을 얻지 못하면서 코앞까지 다가온 차기 집행부 선거일정과 더해져 마냥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김진석 노조 수석부지부장은 20일 울산시의회 옥상 농성장에서 스스로 내려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을 종료하는 심경을 밝혔다. 그는 “노사 문제에서 우리(노조)의 사연을 호소하기 위해서 농성을 시작했고,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집행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남은 기간 동안 교섭팀장이라는 제 위치에서 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수석부지부장은 지난 5월 25일 “현대중공업 임단협의 조속한 타결과 구조조정 중단을 위해 울산시와 시의회가 책임있게 나서라”며 울산시의회 옥상에서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119일만에 농성을 종료했지만 ‘실리’적인 측면에서 볼 때 노조가 손에 쥔 것은 거의 없다. 회사와의 교섭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고, 울산시나 시의회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지도 않았다.

김 수석부지부장도 “사실상 농성을 시작할 당시와 현재의 노사관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시기적으로 볼 때 마냥 머물 수 없어 현장에서 제 역할을 찾아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구체적인 역할은 집행부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임기가 두달여밖에 남지 않은 백형록 집행부를 마무리하고 차기 선거를 치를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로 해석된다. 선거 일정을 고려할 때 현 집행부에 남은 교섭 일정은 3~4차례에 불과하다. 4개월여간 농성을 하던 김 수석부지부장이 협상 테이블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얻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교섭 대표’인 김 수석부지부장이 회사와의 교섭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보다는 차기 집행부 선거를 준비하고 현 집행부 체제를 마무리해 인수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분석이다.

별다른 성과도 없이 농성을 종료하는 명분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현 집행부의 책임론을 부각하면서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김 수석부지부장은 이날 기자회견 후 남부경찰서에서 공용건조물침입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미신고 집회) 등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현대중공업 노사 교섭이 2년째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노조는 21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차기 집행부 선거를 위해 분할 3개사(현대일렉트릭·현대건설기계·현대로보틱스)의 선거구 배정안, 조합원 범위 확대(사내하청노조와 일반직노조) 등을 처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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