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적 측면 고려해 28년간 미준공 상태 운영 용인
이전 허가땐 사기업 이익 위해 행정편의 제공한 꼴
폐쇄 후 도시계획시설 유지…터미널 용도 외 사용못해
市, 임시 승강장 논의 중…장기화땐 직접 운영도 검토

 

20일 울주군 언양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 오는 10월 1일부로 버스정류장 폐쇄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정훈 기자 idacoya@iusm.co.kr

▷속보= 10월 1일자로 폐쇄를 예고한 울산 울주군 언양시외버스터미널(9월 20일자 1면 보도)이 ‘시민편의’와 ‘특혜논란’ 사이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발이 묶일 처지에 놓인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지만, 업체 요구대로 터미널을 이전하면 ‘특혜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울산시는 임시 승강장 운영 등 비상대책을 수립하고 ‘원칙대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익’위해 28년 미준공 운영 용인, 되려 시민의 발 위협= 20일 오전 언양시외버스터미널은 여느 때와 같이 분주했다. 승강장 플랫폼마다 버스가 들어오고 나갔고, 매번 10여명의 사람들이 버스에 올랐다. 이른 아침 시장에 들렀다가 짐보따리를 들고 집으로 되돌아가는 어르신, 갓난 아기를 안고 부산으로 가는 새댁, 창원으로 지인을 만나러 간다는 중년 여성…. 승강장 앞에 붙은 현수막을 뒤늦게 발견한 시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현수막에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10월 1일부로 폐쇄함을 알려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하루에도 몇번씩 터미널을 이용한다는 정경자(61·여·경주 산내)씨는 “추석 연휴면 창원, 부산에서 친척들도 많이 찾아올텐데…”라며 “시골에 사는 우리같은 사람들은 어떡하라고 터미널을 폐쇄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생후 4개월된 아이를 안고 부산에 치과 진료를 받으러 간다는 문은정(29·여·상북면 등억리)씨는 “남편이 없으면 부산이든 울산 시내든 이 터미널에서 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터미널이 폐쇄되면 버스를 얼마나 갈아타고 몇시간씩 가야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언양시외버스터미널은 1989년 12월 실시계획인가와 사업시행자 지정이 이뤄졌지만 도시계획시설 결정 당시의 계획부지를 모두 매입하지 못해 현재까지 28년째 ‘미준공’ 상태다. 그런데도 지자체가 터미널 운영을 용인한 데는 무엇보다 ‘공익’적인 측면이 강했다. 관련 법에 미준공 영업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데다 다중이 이용하는 주민편의시설이라 ‘공익’을 고려했다는 게 울주군의 설명이다. 그런데 미준공 상태로 ‘이전 계획’이 어려워진 터미널이 ‘공익’에 등을 돌린 셈이다.

(울산매일 UTV 자료사진)

◆‘이전’으로 경제적 이익? “특혜논란”= ㈜가현산업개발 측의 ‘터미널 이전’ 계획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울산시의 가장 큰 이유는 ‘특혜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현산업개발 측은 현 터미널은 옛 한국도로공사 영남지사 부지로 이전하려 계획했다. 행정절차상 도시계획시설을 이전하려면 기존 시설이 우선 ‘준공’돼야 하는데, △추가 매입 없이 현 상태로 준공하거나 △기존 시설 폐지 후 이전 예정 부지의 도시계획시설 재지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어느 쪽이든 지정 당시 계획을 이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허가상 협의가 막대한 금전적 이익이라는 ‘특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울산시의 설명이다. 기존 ‘도시계획시설’ 지정을 취소하면 터미널 부지는 상가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언양읍 중심지에 위치한 이 부지가 높은 시세로 거래될 수 있는데, 사기업이 이익을 취득하는 데 울산시가 행정상 편의를 제공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가현산업개발 측은 터미널을 이전하고 현 부지를 매각해 부채를 갚겠다는 계획이다.

가현산업개발 측이 경남버스로부터 현 터미널을 인수하면서 지불한 금액은 180억원 수준이다. 당시 발생한 부채가 80억원으로, 이자 등 비용으로 매달 3,000~4,000만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전을 계획하고 있는 옛 한국도로공사 영남지사 부지(동부리 42-1번지, 42-22번지·8,309㎥)의 매입(낙찰)가는 38억원이다.

가현산업개발 측은 울산시나 울주군이 현 터미널 부지를 매입하면 ‘장부상 금액’으로 매매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도 당초 인수금액인 180억원 수준이다. 민간에 매각할 경우 더 높은 금액에 거래될 가능성이 있다.
 
◆‘원칙대로’ 울산시, 비상대책수립= 울산시는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미준공’ 상태의 도시계획시설을 임의로 지정 취소하거나 ‘이전’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가현산업개발 측이 허가 없이 터미널 폐쇄를 강행할 경우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면허를 취소하고 조치를 취하겠다는 계획이다. 운영사의 터미널 면허는 취소되지만 해당 부지에 대한 도시계획시설은 유지된다는 게 울산시의 설명이다. 해당 부지는 자동차정류장으로 ‘터미널’ 용도로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현산업개발 측은 터미널 사업을 포기하고,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날 때까지 해당 부지 ‘소유자’로만 떠안을 수밖에 없다.

울산시는 울주군 서부권 주민들의 불편이 예상되는 만큼 터미널 폐쇄에 대비해 비상대책을 수립하겠다는 계획이다. 인근 공영차고지를 임시 승강장으로 이용하는 등의 방안을 논의 중이다. 터미널 폐쇄가 장기화될 경우 시가 직접 터미널을 운영하는 방안도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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