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위 공무원 등 청탁자로 수사 확대에 '제동'

 

 

 

영장심사 법정 들어서는 KAI 경영지원본부장

채용비리 혐의를 받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임원에게 검찰이 두 번째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또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20일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이용일 부장검사)가 업무방해,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는 이모 KAI 경영관리본부장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강 판사는 이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범죄사실의 내용, 피의자의 변소(변호를 위한 소명) 내용, 제출된 증거 자료 등에 비춰 업무방해 및 상품권 횡령의 성부 및 책임 정도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뇌물공여의 경위 및 태양(양태), 주거 및 가족관계 등을 종합해 보면, 구속해야 할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 본부장은 2015년 무렵부터 공채 신입사원 지원자 서류를 조작하는 등의 방식으로 정상적으로는 합격하지 못했을 10여명을 정규직 사원으로 채용한 혐의를 받는다.

부당 채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KAI 사원 중에는 최모 전 공군참모총장의 공관병 출신 인사, KAI 본사가 있는 사천시 국장의 아들, 야당 의원 동생인 방송사 간부의 조카 등이 포함됐다.

영장이 또 기각돼 이 본부장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부정채용 청탁자로 수사를 확대하려던 검찰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사팀은 판례상 부정채용 청탁이 이뤄질 당시 공직자 신분인 이들은 뇌물수수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본다.

검찰은 지난 4일에도 이 본부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회사 내부의 신입사원 채용 과정 등에 비춰 피의자의 죄책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기각한 바 있다.

검찰은 채용비리 사례를 4건 추가하고 직원 복지용 상품권 횡령 혐의도 새로 적용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지만, 이번에도 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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