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국정원법상 정치관여 혐의…'연예인 블랙리스트' 첫 영장
국정원, '건전 연예인 육성' 방안도 마련…공익 광고 몰아주기 의혹

 

 

국정원이 제작해 유포한 문성근씨와 김여진씨 합성 사진. [인터넷 카페 '대긍모'에서 캡처]

검찰이 배우 문성근씨와 김여진씨의 합성 나체 사진을 만들어 유포한 국가정보원 직원들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전담 수사팀은 20일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심리전단 팀장이던 유모씨와 팀원 서모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에게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상 명예훼손과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혐의가 적용됐다.

유씨 등은 2011년 5월께 문씨와 김씨가 마치 부적절한 관계에 있는 것처럼 묘사하는 합성사진을 만들어 보수 성향의 인터넷 카페에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문씨가 2010년 8월 무렵부터 다가올 2012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한 야당 통합 운동을 전개하자 국정원이 문씨의 이미지를 실추시켜 정치 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특수 공작' 차원에서 합성사진을 만들어 뿌린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김씨는 국정원에서 '좌편향 배우'로 분류돼 문씨와 함께 공격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사이버 여론 조작 수사에 나선 이후 팀장급 중간간부와 실무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사팀은 나체 합성사진 제작·유포가 사실이라면 국가 정보기관이 저지른 매우 심각한 범죄 행위라는 점에서 수뇌부 외에도 실무선까지 법적 책임을 묻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에도 합성사진 조작 사건을 철저히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의 신병이 확보되면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당시 국정원 고위 간부와 수뇌부의 합성사진 공작 관여 여부를 확인해 추가로 처벌할 방침이다.

앞서 피해자인 문씨와 김씨는 검찰에 나와 합성사진 유포 등 국정원의 과거 불법행위를 강하게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검찰은 국정원이 '좌파'로 낙인 찍은 연예인들을 퇴출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건전 성향'으로 분류한 연예인들을 인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한 정황을 파악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국정원은 원 전 원장 지시로 2010년 11월 작성한 '좌파성향 방송·연예인 순화·견제 활동 방향' 보고서에서 좌파 연예인들에게 다양한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이들의 대항마 역할을 할 친정부 성향의 연예인을 육성하는 방안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특정 배우와 개그맨 등이 연예인 모임 등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도록 지원하는 한편 정부나 공공기관의 공익 광고 모델로도 '건전 성향' 연예인들을 우선 섭외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향후 김주성 전 기조실장 등 해당 문건을 작성한 국정원 '좌파 연예인 대응 TF' 관계자들을 불러 문건 작성 배경과 계획 이행 여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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