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Joy] 울산 도심 속 분위기 좋은 산책로

여천 메타세쿼이아 길
여천공단∼태화강역 잇는 도로 옆
200m 산책로… 숲 사이 흙길 조성
시원한 바람과 기차소리 ‘감성 로드’

태화강 산책로
탁 트인 강변 따라 도란도란 이야기꽃
강바람 맞으며 자전거 타는 매력도
고층 건물·교각 야경 또 하나의 볼거리

280그루의 메타세쿼이아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산책로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언젠가부터 ‘힐링’이라는 단어가 우리 생활에 빠질 수 없는 동반자가 됐다. 일상적인 삶의 반복이 무료함을 가져올 때… 무겁고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려고 진을 다 빼거나, 이를 이기지 못하고 짓눌려 있을 때 우리는 의례적으로 ‘힐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힐링을 하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맛있는 것을 먹을 때, 멀리 좋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할 때. 힐링의 방법은 자신의 상황과 사정, 그리고 성향에 맞는 것으로 찾게 된다. 이렇게 선택하는 힐링의 공통점은 일상생활과의 격리, 단절이 녹아있다.

하지만 일상을 살아가야 하기에 좀 더 일상적이고 언제든지 누릴 수 있는 힐링으로 초대한다. 가을바람이 선선하게 불기 시작하는 9월 산책하러 나가보자.

남구 여천동 1193번지 일원 조성된 메타세쿼이아 길 입구.

◆숨은 명소 여천 메타세쿼이아 길 

드라마나 영화 등 각종 영상매체를 통해 소개된 담양이나 춘천 남이섬의 메타세쿼이아 길은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명소로 손꼽힌다. 드라마속 주인공처럼 누군가와 함께 나무 숲길 사이를 손잡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려보는 그런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울산에도 이에 못지않은 길이 조성돼 있다. 그것도 아주 가까운 곳에. 

맛집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숨은 맛집’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진정한 고수의 집이 인정을 받는다. ‘여천 메타세쿼이아 길’은 마치 숨은 맛집 같은 느낌이다. 

여천공단과 태화강역을 잇는 2차선 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면서 도로 옆으로 메타세쿼이아를 심은 이곳은 세월이 지나면서 제법 무성해 졌다. 인적이 드물어 방치된 이곳을 울산 남구가 정비를 하고 산책로로 조성하면서 그럴싸하게 변했다.

담양이나 남이섬 등에 비해선 조금 어설플 수 있지만 오히려 관광객도 없어 조용히 산책하며 ‘인생샷’을 남기기엔 더 없이 좋은 곳이다. 
200m 정도의 작은 산책로지만 짧은 여유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작은 돌맹이로 조성된 산책로를 어느 정도 걸으면 흙길로 바뀌고 나무도 더 울창해진다. 운이 좋으면 태화강역을 지나는 기차를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감성을 풍부하게 해 준다. 산책로에서 듣는 기차바퀴 소리는 어떤 음악보다도 감미롭다. 

봄에는 봄 꽃을 함께 볼 수 있고, 여름에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잠시 땀을 식히며 생각에 잠길 수 있다. 작은 벤치 두 개가 이 산책로의 쉼터를 담당하고 있다. 가을에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낙엽 진 가을을 느낄 수 있다. 겨울의 쓸쓸함도 함께여서 외롭지 않다. 

1억년 전 백악기 공룡시대 화석에서도 발견돼 ‘살아있는 화석나무’라고도 불리는 메타세쿼이아는 살아있는 화석식물로서 중국의 쓰촨성과 후베이성에 남아있으며 한국에서는 포항에서 화석으로 발견됐다. 이런 메타세쿼이아로 조성된 산책로를 도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은 행운이라고 하겠다. 

태화강 산책로 중간에 설치된 벤치들이 나무를 중심으로 둥글게 자리하고 있어 노천카페 같은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구관이 명관’ 태화강 산책로

가을을 알리듯 갈대가 하늘하늘 거린다. 이제 가을이라는 실감이 난다. 날씨가 선선해 지면서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자전거도 부쩍 늘었다. 무더운 여름 에어컨 바람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가을의 해방감을 느끼러 나온다.

이들을 맞이하기라도 하는 듯이 갈대가 인사를 건넨다. 이들 무리 속에 섞여 해방감을 느끼는 것도 좋을 듯하다. 탁 트인 강변을 걸으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소리도 들리고 강둑에 앉아 낚시 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성남동과 삼산동 번화가 사이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한적한 풍경이다. 

산책로 중간 중간에 설치된 벤치는 평소 바빠서 나누지 못한 대화의 꽃을 피우기에 적격이다. 나무 한그루를 사이에 두고 둥글게 둘러싼 벤치는 마치 노천카페를 연상케 한다. 음료를 준비해 오면 프렌차이즈 카페 부럽지 않을 분위기다. 

무엇보다 강변 산책로의 장점은 야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각종 고층 건물과 교각 등에 들어오는 불빛은 늦은 밤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항상 옆에 있어서, 너무 가까이 있어서 소중함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옆에 있어도 잘 알지 못하기도 한다. 이번 가을은 두 산책로처럼 가까이 있어 소중한 것들을 상기하며 감사함을 전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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