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무는 쓰다고 해서 단맛 나는 한국 무로 깍두기를 담가왔습니다" 

 

 

(자료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뉴욕 순방길에 오른 김정숙 여사는 21일(현지시간) 플러싱에 위치한 뉴욕한인봉사센터(KCS) 한인 경로회관을 방문해 300여명의 교민 어르신과 점심을 함께 했다. 

김 여사는 한국에서 뉴욕으로 출발하기 오래 전부터 교민 어르신들이 가장 그리워하는 '한국의 맛'이 무엇일까 고민했고 결국 간장게장을 택했다. 

문제는 300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맛볼 적지 않은 양의 간장게장을 담그는 일과 이를 뉴욕까지 안전하게 보관·이동하는 것이었다. 

김 여사는 뉴욕 출발 직전 직접 간장게장을 담갔고, 이를 대통령 전용기 냉장칸에 실어 14시간의 비행 시간을 거쳐 뉴욕에 가져왔다. 또 도착한 후에는 특수 보관 냉장실을 이용해 간장게장이 상하지 않도록 각별하게 신경썼다. 

간장게장은 일정시간 숙성 시간이 필요하기에 서울에서 뉴욕까지 이동하면서 오히려 더 맛이 들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귀띔했다. 


플러싱 경로회관에 도착한 김 여사는 현지 한인식당에서 곰탕 400인분을 주문하고, 직접 가져간 간장게장과 김치, 깍두기를 내놓고 교민 어르신들을 모셨다. 

뉴욕한인봉사센터의 김광석 회장이 음식들을 가르키며 "김정숙 여사의 특별한 점심"이라고 소개하자, 회관 내에서는 "감사합니다", "환영합니다"라는 어르신들의 절절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청와대는 "김 여사가 간장게장을 직접 만들어 뉴욕까지 실어온 이유는 외국에 살면 가장 그리워하는 한국음식이 간장게장이고, 또 현지에서 접하기 힘든 음식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여사는 인사말씀을 통해 "두 눈에 가득한 애틋함으로 조국이 잘 돼야 한다는 마음으로 살아오신 어르신들이 눈에 어른거려 플러싱의 어르신들부터 뵙고 싶었다"며 "자식 때문에 이역만리 말도 안 통하시는 곳에 오셔서 한국인 특유의 근면과 성실로 설움과 눈물을 극복하고 살아오신 애환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이어 "빈손으로 그냥 오기보다 청와대에서 김치를 해가지고 왔다. 뉴욕의 무는 쓰다고 해서 단맛 나는 한국 무로 깍두기를 담가왔다"며 "조금이라도 푸짐했으면 해서 게장에 새우를 넣어서 많이 해 가지고 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 여사의 고운 마음씨가 전달됐는지 교민 어르신들은 박수를 치고 큰 소리로 웃으며 고마워했다. 

김 여사는 "어르신들 각자가 기억하는 한국의 모습은 다를 것"이라며 "누군가는 슬레이트 지붕에 빗물 떨어지는 소리가 즐겁거나 서글프기도 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컬러 TV 앞에 둘러앉아 잘사는 조국을 꿈꾸기도 했을 것이며, 누군가는 옹기종기 모여 앉아 레슬링 시합을 응원하기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누군가는 지금은 번화가가 된 강남을 끝간 데 없이 이어지는 논밭으로만 기억하기도 할 것"이라며 "이렇듯 세월이 변하고, 한국이 변해도 조국의 안위를 걱정해주는 어르신들의 마음은 변함없이 한결같아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전날 문 대통령이 애틀랜틱 카운슬의 세계시민상을 수상한 것과 관련해서는 "이 상은 지난 겨울 촛불을 들고 민주주의를 외친 우리 국민들을 대표해 받은 것"이라며 "세계가 한국의 평화적 정권교체와 민주주의 발전에 대한 존경을 표하면서 '대한민국은 최고의 나라"라고 선망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고 자긍심을 표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오래오래 건강하셔서 한국과 교민사회의 발전을 지켜봐달라"며 어르신들의 손을 꼭 잡았다. 

김 여사가 방문한 플러싱은 1960년대부터 뉴욕으로 온 이민 1세대들이 모여 한인타운을 형성한 곳으로 뉴욕 최대의 한인 밀집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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