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체불액 줄었으나 피해자는 늘어…영세기업 체불 더 심각

 

 

임금 체불 지속 증가…생존 위협받는 일용직(CG)

10일간 연휴를 즐길 수 있는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을 앞두고 있지만,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무겁다.

일부 근로자들은 하도급 업자가 임금을 가로채 잠적하거나 회사의 부도나 폐업 등으로 임금을 받지 못한 채 당장의 생계 때문에 다시 일거리를 찾아 나서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적으로 작년 추석에 비해 체불액은 줄었으나 피해 근로자는 늘었다. 종업원 30인 미만인 영세 기업의 체불이 전체의 69%를 차지했다.

◇ 불법 하도급 때문에…체불 피해로 집회·법적대응 잇따라

경기도 양주시 광사동에 짓고 있는 5층짜리 상가건물(건축면적 3천867㎡) 공사 현장 인근. 현장 근로자들이 일한 대가를 받지 못하자 한 달 째 집회하고 있다. 근로자 30여 명의 6∼7월분 1억2천만원 상당이 체불됐다.

이 공사의 원청사는 하도급을, 하도급사는 다시 목수 A씨에게 불법 재하도급을 줬는데, A씨가 중간에서 근로자의 임금을 가로채고 잠적했다.

인력사무소 측은 불법 재하도급(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하도급사를 고발하고, 횡령 및 사기 혐의로 A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A씨의 집 앞에서 1인 시위까지 하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했지만, 문제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피해 근로자들은 추석을 앞두고 당장 생계 위협 때문에 또다시 다른 사업장을 찾아가 일하느라 몸과 마음이 지치고 있다.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막노동은 일한 만큼 대가를 받는 것인데 체불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재하도급을 하지 말고 직접 임금을 달라고 하도급사에 수차례 요청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부산의 제조업체 B사는 이달 초 부도 나면서 직원 230여 명이 임금 22억원 가량을 못 받고 있다.

회사는 현재 법원에 법정관리 신청 중이다. 국가가 도산기업 근로자에게 대신 주는 임금인 체당금으로 최종 3개월 치 임금이 지급될 예정이지만, 임금에는 못 미치는 액수라 직원들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울산의 한 업체도 폐업으로 약 14억원을 체불해 고용부가 사업주 구속 여부를 검토 중이다.

진정서
진정서회사로부터 임금을 제 때 못받은 근로자가 지방고용노동청을 찾아 진정서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체불액 줄고 피해 근로자 증가…영세 기업이 체불의 69%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8월 현재 전국 체불임금액은 8천910억원 상당, 피해 근로자는 21만9천여 명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 9천471억원 상당, 21만4천여 명과 비교해 금액은 5.9% 줄었지만, 근로자 수는 2.1% 늘었다.

제조업 체불액이 3천295억원 상당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건설업 1천489억원, 도소매와 음식, 숙박업 1천252억원, 금융보험과 부동산, 서비스업 950억원, 운수창고, 통신업 744억원 순이다.

지역별로는 체불 규모에 편차를 보이기도 했다.

부산고용노동청의 경우 8월 기준으로 관할 부산·울산·경남지역 체불 임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 1천741억원 대비 10% 증가한 1천931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피해 근로자 수도 4만9천267명으로 4만454명에서 21.7% 늘었다.

지난해부터 심해진 경남과 울산 조선업종 경영 악화와 구조조정 영향으로 고용부는 분석하고 있다.

반면, 광주고용노동청 관할에는 8월 기준 근로자 2만2천307명이 810억원 상당 임금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근로자 수는 6.5%와 체불액은 5.3% 각각 줄었다.

전국 체불액 현황을 보면 30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의 68.9%를 차지해 소규모 영세 기업의 체불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생 임금체불(일러스트)
아르바이트생 임금체불(일러스트) 

◇ 체불 사업주 구속수사 등 고용부 체불 청산 안간힘

창원에서는 최근 직원 임금과 퇴직금 수천만원을 체불하고 해외로 달아났던 제조업체 대표가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철 구조물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그는 지난해 8월 저가 수주와 공사 지연으로 경영이 악화하자 직원 19명 임금과 퇴직금 9천300여만원 주지 않고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원청업체에서 받은 기성금 3천800여만원도 도피자금으로 썼다.

돈이 떨어지자 귀국해 지인 집에 숨어 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또 광주고용노동청은 청년근로자 47명에게 임금과 해고예고수당 1억5천만원 상당을 주지 않은 인력소개업소 운영자를 쫓고 있다.

이 운영자는 인터넷 취업정보사이트에 구인광고를 내고 전국 각지에서 청년근로자를 끌어모았다.

그는 구인업체가 청년근로자 몫으로 건넨 임금을 중간에서 가로챘고, 사무 담당 정규직 전환 등을 미끼로 지급을 차일피일 미뤘다.

피해자가 임금체불에 항의하면 통상임금의 30일분에 해당하는 해고예고수당도 지급하지 않고 카카오톡 메시지 등으로 해고를 통보했다.

광주고용노동청은 운영자 신병을 확보해 구속수사하고, 피해자들이 소액 체당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고용부는 추석을 앞둔 이달 11일부터 29일까지 3주간 체불임금 청산 집중지도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체불 전력이 있는 1천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집중점검을 벌이고 있다.

또 하도급 대금 조기지급을 위한 간담회를 여는 등 하청업체가 자금난으로 체불하지 않도록 지원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재산은닉 등으로 체불 청산을 고의로 지연하거나 상습 체불하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구속수사 등 엄정하게 처리하는 등 임금은 반드시 지급하는 관행을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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