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30평형대 중형 집중도 광역시 중 가장 높아
신규 물량 중 20평형·40평형 합쳐도 12% 불과
공급 왜곡현상 심화 예측 대형평형 관심 가져보길

 

심형석
영산대학교 부동산·금융학과 교수

그동안 30평형대 아파트는 국민주택 규모로 대부분의 부동산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주택이었다. 이런 국민주택이 정부의 정책과 공급과잉으로 인해 위험해지고 있다. 

과거 정부는 소형주택규모를 30평형대(전용면적85㎡)로 설정하고 금융이나 세금혜택을 제공해왔다. 하지만 최근 이런 정책에 변화의 기류가 보인다. 전세금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면제 기준 소형주택 규모가 2016년 말 전용면적 85㎡에서 60㎡이하로 변경되었고, 6.19부동산대책에서는 재건축조합원이 전용 60㎡이하 소형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예외적으로 2주택까지 분양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런 정책변화와 함께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5년 전(2012년) 47.3%에 그쳤던 30평형대의 전국 입주물량 비중은 금년에는 63.6%, 내년에는 무려 68.7%로 높아진다. 특히 미분양아파트에서 30평형대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5년 전 40%대에서 17년 7월 현재 73.9%에 이르는 등 벌써부터 공급과잉의 문제가 하나씩 발생하고 있다.

국내 아파트는 대표적으로 20평형대, 30평형대, 40형형대 이상으로 크게 구분된다. 주택수요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규모는 물론 20평형대이다. 소득수준이 높거나 가구원수가 많은 중장년층은 조금 넓은 아파트를 선호하지만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되면서 20평형대의 내부구조는 과거 30평형대와 큰 차이가 없게 됐다. 자연스럽게 20평형대로 수요가 몰리게 됐다. 하지만 주택사업자 입장에서는 20평형대의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따라서 인구·가구 구조의 변화로 인해 대형아파트의 인기가 낮기 때문에 40평형대의 비중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는 피치 못하게 30평형대의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공급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로 인해 2017년 들어 30평형대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그 보다 큰 아파트보다 오히려 낮아지는 가격 역전현상까지 발생했다.

우리 울산의 경우 30평형대 집중도는 더욱 높다. 금년 입주물량(9,892세대)에서 30평형대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83.0%로 광역시 중에서 가장 높으며, 내년 또한 82.8%로 거의 비슷하다. 

이로 인해 20평형대의 입주물량은 10%대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내년 40평형대의 입주비중은 2%가 채 되지 않는다. 신규로 공급되는 아파트 규모에 있어 심각한 왜곡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말이다.

신규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큰 현재의 상황에서 이렇게 몇 년씩 공급의 왜곡현상이 발생할 경우 주택수요자들의 선호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국민주택규모인 30평형대 보다 오히려 40평형대에 관심이 커질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8.2부동산대책으로 인해 규제지역에 내년 4월부터 시행되는 양도세 중과제도는 똘똘한 아파트 한 채를 장기간 보유하려는 수요를 더욱 증가시킬 것이다. 이로 인해 대형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여건이 조성되고 있어 30평형대의 선호를 더욱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30평형대 아파트는 투자수요가 많지만 40평형대 아파트는 대부분이 실수요다. 이로 인해 규제가 강한 현재의 상황에서는 40평형대보다는 30평형대를 매도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특히 그동안 부동산시장의 침체로 인해 40평형대 이상의 공급이 거의 없었던 대구와 대전과 같은 도시들은 이러한 영향에 더 크게 노출될 것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아파트를 매입할 때 지역에 대한 판단 뿐만 아니라 규모에 대한 수급상황도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생각보다 강력한 8.2부동산대책은 기존의 부동산시장을 바꿔놓을 가능성이 높다. 9.5추가대책 등을 고려한다면 정부의 부동산시장에 대한 개입의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소득수준이 높고 입주물량에서 40평형대의 비중이 급격히 감소한 지역의 경우 대형아파트에 대한 관심을 서서히 가져보는 것이 좋겠다. 정책은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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