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 쌀값 80kg 한 가마 15만1천원선, 정부 연말 목표 가격 이미 넘어

 

 

 

벼베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해마다 가을이 되면 농민들은 수확의 기쁨도 잠시, 걱정 하나가 늘어난다. 풍년이 되면 쌀값이 폭락하고, 흉년이 들어도 쌀값은 오르지 않는 이른바 '풍년의 역설'이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지난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정 이후 외국산 농축산물이 물밀 듯 들어오고 국민들의 식생활 습관도 다양해지면서, 결국 쌀 소비 감소로 인해 나타난 현상이다.

그런데 올해는 농민들이 풍년가를 부르고 있다. 정부가 햅쌀 72만톤을 매입해 시장 격리하겠다고 밝히면서 산지 쌀값이 눈에 띠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 정부 햅쌀 72만톤 매입 결정

농촌진흥청은 지난달 15일 기준 올해 쌀 생산량이 10a당 530㎏ 내외로 평년 수준 522㎏보다는 많고 지난해 539㎏보다는 적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전체적인 쌀 생산량은 재배면적 감소 등을 감안할 때 지난해 420만톤 보다 20만톤 줄어든 400만톤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는 농식품부가 추정하고 있는 국내 쌀 적정수요량 375만톤 보다는 여전히 많은 양이다. 올해도 역시 쌀농사가 풍년이라는 얘기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28일 시장격리 등을 포함한 '2017년 수확기 쌀 수급안정 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공공비축미 35만톤과 추가 시장격리 물량 37만톤 등 모두 72만톤의 쌀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보다 7만톤 늘어난 규모다. 

이는 결국, 올해 생산된 쌀 400만톤 가운데 72만톤은 시장에 방출하지 않고, 나머지 328만톤만 시장에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적정 수요량인 375만톤을 감안할 경우 공급물량이 수요량 보다 크게 부족해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올해 쌀 생산량 감소 전망에도 불구하고 정부 매입량을 늘린 것은 쌀 수급안정을 위한 새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 농민단체, 환영....“정부의 강력한 의지 확인”

정부의 이번 조치로 산지 쌀값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생산된 구곡은 산지 출하가격이 80kg 한 가마에 13만3000원으로 1~2천원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올해 생산된 햅쌀은 80kg 한 가마에 15만1000원까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농식품부가 당초 올해 연말까지 목표로 잡았던 15만원을 이미 넘어선 금액이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현재 농촌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며 “앞으로 10월 말까지는 좀더 지켜봐야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있지만, 쌀값이 예상외로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농민단체들도 정부의 이번 쌀 수급대책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수확기 쌀값 및 수급 안정을 위한 정부의 대책과 관련해 14만 한농연 회원과 250만 농민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조치는 쌀 농가의 소득 향상은 물론이고 쌀 변동직불금 지급 축소를 통한 정부 농업 예산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하게 될 수 있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도 “그동안 자신들은 수확기 쌀값 15만원과 내년 단경기(6~8월) 17만5천원에 도달하기 위해선 100만톤 수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72만톤에 머문 것은 다소 아쉽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쌀값 안정을 통한 생산농가 소득안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확인했다”며 “(김영록 장관이) 이번 발표 대책이 마지막이 아니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추후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 국내 쌀값 변천사…작년 정부 공공비축미 가격, 20년 전으로 폭락

우리나라는 지난 1991년까지 다수확 품종인 통일벼 계통을 수매한 뒤 1992년부터 일반벼로 전환했다. 

이 당시 정부의 추곡수매 가격은 80kg 한 가마에 12만670원이었다. 수매가격은 이후 계속해 상승해 지난 2001년에는 16만16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후 2004년까지 3년 연속 제자리에 머물면서 농민들이 논에 벼를 갈아엎는 등 이른바 추투(秋鬪)로 몸살을 앓았다.

급기야 정부는 2005년 양곡체계 개편을 통해 정부는 공공비축미만 매입하고, 대신 농협과 민간 RPC(미곡종합처리장)가 수매하면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미 이때부터 우리나라는 쌀 소비 감소로 해마다 쌀이 남아도는 상황이 됐다. 양곡체계 개편 결과 지난 2005년 정부의 공공비축미 매입가격은 14만245원으로 1년 사이에 12.4% 하락한 뒤 등락을 거듭하며 지난 2013년에 17만5280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해에는 80kg 한 가마에 12만9807원까지 폭락했다. 이는 지난 1996년 13만1770원 이후 20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었다.

이에 쌀 생산 농민들은 올해도 정부의 공공비축미 가격이 떨어지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표로 심판하겠다고 벼르는 등 강력한 추투를 예고했다.

결국 정부가 올해 햅쌀 72만톤을 매입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쌀값 폭락에 따른 농민들의 불만을 해결해 줘야 한다는 당위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전북 김제에서 쌀농사를 짓는 맹기환(61세)씨는 “정부가 이번에 강력한 조치를 취하면서 중간 유통 상인들이 쌀값을 후려치지 않고 시세대로 값을 쳐주고 있다”며 “15만원이 넘었기 때문에 내년에는 17만원 이상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 이후에는 정말로 끔찍했었다”며 “올해는 풍년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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