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지 않아도 새벽이 오네

계단을 후려치며
꼬리 끌고 오는 사내
13평 우리 속으로 들어가네

으르렁 대드는
암컷의 저 악다구니
수컷의 포효
창살이 부들부들 떨고 있네

절망을 공처럼 주고받다 버릴 수 있다면

구겨진 이력서를 먹어치우며
이빨이 더욱 날카로워지는 맹수들은
벌써 짝짓기를 서두르네

꿈에서도 먹이를 빼앗기고
식은땀에 뒤척이며 풀밭에 누운 사내

벽지가 퉁퉁 불어
눈을 뜰 수가 없네

 

 

김효연 시인

◆詩이야기 : 생존이 늘 경쟁이 되어야만 하는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이 사회를 우리는 살아가고, 살아내고 있다. 비정규직으로, 아르바이트로, 일일노동자로. 그 속에서 가장의 자리는 생존경쟁이 아니라 생사 그 자체다. 특히 남편, 아버지의 존재가 희화화되고 있는 현실은 동물의 왕국보다 더 써늘하다. 그래도 이력서는 줄기차게 문을 두드릴 것이고 곧 열릴 문이 있을 것이므로….

◆ 약력 : 김효연 시인은 2006년 <시와 반시> 등단했다. 시집 「구름의 진보적 성향」을 냈다. 부산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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