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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언제 또 올거냐’ 그 쉰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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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우 작가·한국언론진흥재단 부산지사
  • 승인 2017.10.10 22:30
  • 댓글 0
이동우작가·한국언론진흥재단 부산지사

고향서 아버지와 함께 보낸 추석 연휴
산천 풍경 그대로인데 변한 것은 사람
시골서 차례 지내는 집 세 집 걸러 한 집
점점 축소되는 명절 의미 안타까워 

 

추석연휴를 오롯이 고향에서 보내기로 했다.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을 다녀오고 싶었지만 시골에 홀로 계신 연로한 아버지와 함께 지내야 하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 열흘 동안 입고 지낼 옷가지를 챙겨 고향으로 출발했다. 


부산을 출발한지 네 시간 만에 고향 마을에 도착했다. 야트막한 산과 개울과 논과 밭들.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어왔던 풍경들이다. 산천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 인데 집과 담장들과 사람들만 늙어갔다. 위용을 자랑하던 집은 허름해 졌고 정이 넘다들던 담장은 무너졌다. 허리가 구부정해진 노인들이 그곳에 살고 있다. 연로한 아버지도 그 속에 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주방에 있는 음식부터 살펴봤다. 가스레인지위에 국인지 찌개인지 모를 음식이 놓여 있고 식탁위에 있는 고사리나물에선 쉰 냄새가 났다. 상한 음식을 내다 버리고 참치를 넣고 김치찌개를 새로 끓였다. 아버지와 함께 밥을 먹었다. 아버지는 찬 물에 밥을 말아 먹는다. 입맛이 없는 건지 음식의 맛을 느끼지 못하는 건지 나는 알지 못한다. 


이튿날, 반찬가게에 갔다. 가게 주인은 주문받은 명절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시골마을에서도 차례음식을 주문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소고기 볶음과 메추리알 장조림과 멸치볶음을 샀다. 이 정도면 며칠 동안 아버지와 둘이 먹을 반찬으로 충분하지 싶었다. 주인은 호박무침은 그냥 가져다 먹으라며 두 팩을 더 얹어 주었다. 


월요일엔 아버지와 목욕탕에 갔다. 목욕탕에 딸려 있는 이발소에서 이발도 하고 면도도 했다. 아버지의 외모가 훨씬 깔끔해 졌다. 


추석 전날. 시골마을이 조금은 북적인다. 집집마다 도시에 살고 있는 자녀들이 찾아 온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모두들 떠나간다. 자식들이 몰고 온 차를 타고 노인들은 도시로 간다. 시골에서 차례를 지내는 집은 이제 서너 집 걸러 한 집 정도에 불과하다. 


아내는 점심 전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재료를 꺼내놓고 요리를 시작한다. 감기 때문에 연신 기침을 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나도 아내 옆에서 함께 요리를 했다. 아이들도 일 손을 거든다. 어머니 살아생전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는데,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나니 찾아오는 사람 없이 명절이 썰렁하기만 하다. 


추석 날 아침. 친척들이 찾아왔다. 근처에 사는 동생네 가족들도 왔다. 상을 펴고 차례 음식을 차린다. 음식을 어떻게 놓아야 할지 설왕설래하던 모습은 사라졌다. 연로한 아버지는 상차림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기만 한다. 지방을 쓰고 차례를 지낸다. 모두가 둘러 앉아 아침을 먹었다. 술을 마시는 사람은 없다. 산소에 가서 성묘를 하고 그 자리에서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명절의 의미가 점점 축소되고 있다. 이러다가 종국에는 영영 명절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석에 만들어 놓은 음식을 가지고 며칠 동안 아버지와 함께 밥을 먹었다. 들깨를 베고, 마당의 풀을 베어 냈다. 성에가 잔뜩 낀 김치냉장고도 깨끗이 닦았다. 쌀벌레가 생긴 쌀독도 깨끗이 씻었다. 쌀독에 통마늘도 넣어 두었다. 


한없이 긴 연휴를 보내고 다시 부산으로 돌아왔다. 출발하기 전에 집안을 몇 번이고 다시 둘러보았다. 집안에 쌓인 쓰레기도 내다버리고 개밥도 더 챙겨줬다. 대문을 나서는 발걸음에 언제 또 올 거냐는 아버지의 쉰 목소리가 뒤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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