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기술 사업화 성공률 높이려면
지속적 정책적 관심·실현 노력과 함께
R&D단계부터 사업화 전략 모색 해야

 

김혜경울산발전연구원 미래전략팀

인터넷 쇼핑몰과 커뮤니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조어 중에 가성비라는 용어가 있다. 가격대비 성능의 준말이다. 이 용어는 낮은 비용에 대한 선호 뿐 아니라, 가치가 충분하다면 돈을 더 지불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오늘은 연구개발(R&D) 가성비에 관한 얘기를 해보려 한다. 우리나라의 R&D 투자는 지난 1996년 2.3조원에서 10년후 인 2006년에 8.9조 원, 2016년에는 19.1조 원 규모로 지난 20년간 국내총생산(GDP)대비 연구개발 투자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많이 증가해왔다. 이와 같은 투자는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을 견인해왔고 빠른 경제성장의 자양분이 돼 주었다.

그러나 국내 R&D 사업의 현안으로 지나치게 낮은 생산성이 지적되면서 R&D 체계를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R&D과제의 90%이상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술개발에 성공했다는 의미다. 반면 사업화 성공률은 50% 미만이다.

즉, 성공적으로 개발됐다고 평가된 두 개의 기술중 하나는 시장수요에 부응하지 못하고 사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25개 출연연구기관의 2015년도 기술료수입은 투입된 R&D예산의 3%에도 미치지 못했다. 

물론 괄목할만한 성과도 있다. R&D평가의 정량기준이 논문과 특허가 되면서 학술논문과 특허 출원량이 급격히 증가했고 양적으로 세계 최고 기술수준의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그러나 질적 문제와 사업화 이슈에서는 목소리가 작아진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확대가 현장에서의 활용(사업화) 대신 논문과 특허로 이어지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R&D투자로 창출된 무형의 지식재산 성과가 금전적 재산으로의 전환 단계에서 실패하고 있는 상황이다.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지금까지 사업화에 대한 이해와 정책적 관심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관련 예산 규모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2017년도 미래창조과학부 R&D 예산 4조1,335억원 중 사업화 예산은 1,982억원으로 4.8%에 머물고 있다. 다른 부처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정부 R&D 예산의 95%가 기술개발 단계에 집중되고 있고, 기획 및 사업화 단계에는 5% 미만만 투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술개발의 성공이 사업화의 성공으로 직결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예산의 불균형은 지속 돼 왔다. 이는 정부의 체계적 기술사업화 지원을 제한하고, 1등 R&D 투자국에 어울리지 않는 사업화 성과를 초래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른 지역보다 산업수요가 많은 울산도 국가R&D의 사업화 성과가 좋지 않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국가R&D 사업을 통해 총 393건의 기술료 계약을 체결했고 약248억원의 기술료 성과를 창출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총량 대비 1%대의 저조한 수준이다.
울산이 R&D 투입 예산이 가장 낮은 지역이었다는 점에서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최근

울산시가 과학기술을 경제성장의 돌파구로 선택, R&D예산을 크게 늘리고 있다. 사업화의 관점에서 R&D 가성비를 본격적으로 셈 해야하는 시점이다. 

대다수의 경우 개발이 완료된 기술에 대하여 사업화를 모색한다. 공급자와 수요자간에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술개발이 완료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연구개발 과정에서의 이슈와 기술수요자 측인 사업화 현장에서의 이슈가 동일하지 않다는데 있다.

개인 소비자도 상품구매 후가 아닌, 구매의사결정 과정에서 가성비를 따진다. R&D투자 결정도 이와 같아야 한다. 기술개발이 끝난 후에 현장 적용을 고민하면 결과적으로 사업화 관점에서 가성비가 낮은 투자결정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R&D 초기 단계부터 사업화 전략 수립을 병행해 기술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의 간극을 줄여 나가야 한다. 공공에서는 분리되어 있는 기술공급자와 기술수요자를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복잡한 이해를 조율할 수 있도록 R&D 기획 및 사업화 단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전(全) 주기적 지원체계를 구축·운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책적 관심과 노력이 지속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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