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김장수 등 靑 수뇌부 조작 지시·보고 있었는지가 관건
'국정농단·적폐 수사' 윤석열 지휘할 듯…朴영장 재발부 '주목'

 

 

임종석 비서실장이 12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임 실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세월호 사고 당일 박 전 대통령에게 사고에 대한 최초 보고를 받은 시점을 사후 조작한 정황이 담긴 보고서 파일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또 사고 이후 청와대가 국가 위기관리의 컨트롤타워를 청와대에서 안전행정부로 바꾸는 등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불법 변경한 자료도 발견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12일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사고 최초 보고 시점을 사후 조작했다는 정황을 파악하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키로 함에 따라 당시 청와대 수뇌부를 상대로 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아울러 관련자들의 사법처리도 뒤따를 것으로 보여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이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청와대 수뇌부가 이런 조작을 지시했거나 보고받은 정황이 드러날 경우 이들을 둘러싼 또 다른 형사 책임 및 사법적 판단 문제가 대두할 것으로 보인다.

◇ 김기춘·김장수·김관진 등 상황보고 및 지침변경 라인 수사 물망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박 전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지난 정부 박 전 대통령이 오전 10시께 국가안보실로부터 세월호 침몰 현황 '1보' 보고서를 받고 세월호 참사를 처음 인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세월호 사고 당일 세월호 상황보고 일지를 사후에 조작한 정황이 담긴 파일 자료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에게 보고된 시점을 30분 늦춘 것으로, 보고 시점과 대통령의 첫 지시 사이의 시간 간격을 줄이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우선 수사 대상은 당시 국가안보실장이었던 김장수 전 주중대사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당시 상황보고에 관여했던 청와대 실무진의 조사도 불가피하다.

한편 군 사이버사령부 정치개입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오른 김관진 전 안보실장은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불법 변경으로도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임 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2014년 7월 말 김관진 안보실장의 지시로 안보 분야는 안보실이 재난 분야는 안전행정부가 관장한다고 불법적으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이를 거쳐 박 전 대통령의 관여 여부 등에 대한 조사가 뒤따를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편 탄핵심판 당시 박 전 대통령 측은 사고 신고가 오전 8시 52분께 소방본부에 접수됐고 국가안보실이 사고 사실을 인지한 게 9시 19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왜 약 41분 늦은 오전 10시가 돼서야 첫 보고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당일 대통령 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정호성 전 비서관, 윤전추 등 보좌진이 TV 보도를 통해 9시 19분께 세월호 사고를 인지했다고 밝혔으며 국가안보실은 9시 24분께 청와대 직원들에게 사고 상황을 전파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 검찰 '국정농단' 차원서 신중 접근…윤석열 부담 커지나

검찰은 수사 결과 이런 조작 정황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당시 청와대 수뇌부의 사법적 책임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국정농단' 수사에 준해 신중히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이번 사안에 대해 이날 "가장 참담한 국정농단의 표본적 사례"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윤석열 지검장 체제의 서울중앙지검이 사실상 국정농단 및 적폐청산 수사를 전담하고 있는 만큼 세월호 보고 시간 조작 의혹 사건도 윤 지검장이 지휘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가정보원·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개입 의혹 사건, 박근혜 정부 화이트리스트 사건 등 굵직한 현안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중앙지검이 맡은 수사 부담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건 수사팀은 국정원 수사팀 이외의 부서를 중심으로 꾸려질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 결과 따라 후폭풍 커질 듯…朴 영장 재발부 영향 '촉각'

박 전 대통령이나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최고 수뇌부가 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사건의 파문은 훨씬 커질 전망이다.

김장수 전 안보실장과 김기춘 전 실장 등 박 정부 청와대와 정부 책임자들은 국회에서 오전 10시에 최초 서면보고가 이뤄졌다고 답변한 바 있다.

조작 사실을 알고서도 이런 답변을 했다면 위증에 따른 사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지침 불법 변경 의혹에 연루된 김관진 전 안보실장 역시 사실관계에 대해 설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이 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사법적 책임을 넘어 국민 전체에 더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 전 대통령의 행적이 불분명했다는 '세월호 7시간' 의혹은 헌재의 파면 결정에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이번에 드러난 결과를 보면 '세월호 7시간 30분'으로 의혹 시간은 더 늘어나게 됐다.

이번 사안이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재발부에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 전 대통령의 구속 만기는 16일 밤 12시 종료될 예정이다. 법원은 구속영장 재발부 여부를 13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이날 발표된 의혹은 박 전 대통령의 영장 재발부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 그러나 이번 '별건(別件)'이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재판부에는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만약 이번에 석방된다고 해도 별건 수사를 통해 추가 구속이 시도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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