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해오름 동맹의 미래, 유럽서 길을 묻다  
(2)과거형이 된 네트워크도시 모범사례 ‘란트스타트’

네덜란드 4개 지방정부기구 ‘란트스타트’ 1980년대부터 시작 
도시 간 이동시간 1시간 이내 일일 도시권…800만 인구 거주
법적 지위없는 ‘란트스타트’ 사무소…정책 설계·EU사업 유치

1개 정부로 인정받으려던 노력 10여년 전부터 활동 위축 불러
중앙·지방·상공·시민단체·개인 등 골고루 정책 결정과정 참여
“네트워크 체계 도시 간 명확한 특색 전재돼야 시너지 효과 발휘”

 

네덜란드 ‘유트레히트’ 시청 인근의 운하. 수면과 가까운 카페 사이로 가을저녁이 물들고 있다.

◆ 법적 지위없는 비공식 기구
지난달 하순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란트스타트 사무소를 찾았다.
사무소가 이 곳에 있는 것은 유럽의회가 브뤼셀이 입지해 있기 때문으로 4개의 도시가 협력해서 의견을 내면 EU법을 제정한다든지 할때 란트스타트 사무소가 힘을 발휘하게 된다.
새로 만들어진 법이 관할하는 지역의 이익과 맞나를 따져보기도 한다는 게 사무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미르코 반 무이엔 소장은 “자기들의 중요한 업무가 유럽연합에 기본 정책기조를 따라가는 것이고 로비쪽에 가까운 업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란트스타트는 비공식기구로 현재 어떤 법적 지위도 없는 상태였다. 
란트스타트는 네덜란드 12개 지방정부중 4개의 지방정부가 참여한데다 네덜란드 1,700만 인구중 800만 인구가 거주하는 지역을 일컫는다. 도시간 이동시간도 1시간 이내여서 일일 도시권을 이루고 있다.

이 지역은 글로벌 기업 본사 입지를 볼 때 유럽에서 런던 다음으로 선호를 보이는 도시권이다. 유럽에서 가장 큰 항구인 로테르담 항만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독일도 인근에 있어 물류 차원에서 봤을때 유리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유럽서 가장 큰 스키폴 공항도 이 곳에 위치해 있다.
이들 도시들의 GPD도 네덜란드 전체 GDP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벨기에 브뤼셀의 그랑플라스.

◆ 10여년 전부터 란트스타트 활동 크게 위축
198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한 란트스타트는 처음 시도 됐을때만해도 법적 지위가 있었고 1개의 지방정부로 인정받으려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2007년 큰 변화에 직면하게 됐다.
네 개의 지방정부가 모여 슈퍼 지방정부를 만들 경우 네덜란드 세 개의 레벌(국가, 지방, 도시레벨)을 넘어서는 하나의 권력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미르코 반 무이엔 소장은 “란트스타트 초기에는 리더가 있었는데 이는 선거를 통해 뽑힌 것도 아니었고 네덜란드 지방마다 국가 탄생 이전부터 전통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방마다 선거가 있고 시장도 뽑고 하는데 리더가 너무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충돌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런 염려 때문에 2007년부터 리더가 란트스타트를 떠났고 그뒤로 지방정부 몇 개가 떠나고 현재 4개만 남아 란트스타트 지역을 위한 정책설계나 EU사업 유치 등에 나서고 있다.

윔 스투커씨는 “네덜란드는 작은 나라인데 슈퍼 지방정부가 필요하느냐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협업하는데 초점을 맞춰졌다. 그래서 4개로 줄었다. 지금도 정치인들은 협동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란트스타트 사무소에 지원되는 비용도 연간 20만유로(한화 2억6,748만원정도)에 그치고 있다.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중앙정부에서도 경제적인 효과 때문에 큰 반감없이 지원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브뤼셀에 사무실을 두게 된 것은 1994년의 일로 현재 반 무이엔 소장 등 두명이 근무하고 있다. 란트스타트가 지역 주민들에게 주는 인센티브는 없다. EU는 싱글마켓이라 그 같은 혜택을 줄수도 없다는 게 반 무이엔 소장의 설명이다.

대신 비공식적으로 봤을 때 교통이 편해지는 등의 낙수효과는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에는 란트스트타 외에 또다른 기구인 델타 메트로 폴리스가 있는데 이는 NGO 단체로 분류됐다. 이도 법적지위 없이 컨설팅 위주의 업무를 보고 사회단체, 정치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4개의 지방정부와 협력하거나 중앙 정부랑 직접적으로 협업에 나서거나 EU 상대로 하는 경우는 없다.

 

네덜란드 ‘유트레히트’ 운하 주변 풍경

◆ 지방정부 협업은 네덜란드 전통서 시작됐다
란트스타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네덜란드 정책결정 과정의 이해가 필요했다. 이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지방의회, 공사, 상공단체, 시민단체, 개인 등이 골고루 참여하고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정책결정과정이 상향적, 비공식적, 수평적이고 상호간의 조정을 통해 수행된다.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설전(舌戰)이 오고가다가 대부분이 만족할 수 있는 내용을 합의를 통해 만드는 게 전통적인 정책 수립 방식이다.

란트스타트의 역할이 크게 위축되기는 했으나 일부 지방정부의 정책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지금도 활동은 지속되고 있다. EU를 상대로 할 경우 개별 지방정부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네덜란드는 정책 결정과정에서도 소수의견을 준중하는 탓에 프랑스 등 다른나라에 비해 현저하게 시위나 파업이 없다고 암스테르담 시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같은 네트워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도시간 특색이 전제돼야 한다. 도시의 다양한 요소들을 공간적으로 연계해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 무이엔 소장은 “란트스타트는 유럽연합 시각으로 봤을 때 일을 분산하는 효과를 준다. 여기다 로비작업 할 때 종이에 많이 사인이 들어가 있을 경우 힘이 실린다”고 말했다.

 

◆ “도시마다 다른 인프라 활용하는 게 네트워크 도시간 협업”
란트스타트 참여도시인 유트레히트시청을 찾아가 봤다. EU지역 경쟁력 지수 1위 도시다.
유트레히트 잔 반 자넨 시장은 “만약에 한 도시만 크고 한 도시가 힘이 강하다면 국내외적으로 더 주장을 할 수 있고 사람들이 믿고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며 “유트레히트 시민들 조차도 암스테르담이나 큰 도시로 더 자유롭게 가고 싶어하는데 란트스타 등의 협업을 함으로써 하나의 도시만 독보적으로 하는게 아니라 같이 의견을 내고 주장을 하든지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잔 반 자넨 시장은 또 “예산을 투입하면 한곳에서만 효과가 나는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 효과가 날 수 있다”며 “도시마다 인프라가 다른 만큼 그것을 잘 활용해서 최대 효과가 누리는 게 협업 정신을 이어 가는게 좋을 것 같다”고 협업 필요성을 강조했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