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분간 고작 4명 찾은 '망우지구대'…경찰 해명 설득력 잃어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45분쯤 서울 중랑경찰서 망우지구대를 찾은 피해자 A(14) 양의 어머니(빨간색 원 안쪽). 영상에 표기된 시간이 실제 시각보다 7분 50초쯤 빠르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실이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폐쇄회로(CC)TV 영상 갈무리)

경찰이 딸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일명 '어금니 아빠' 이영학(35) 사건의 실종신고를 받았던 당시 담당 지구대는 그다지 소란스럽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이 소란스러워서 피해자 어머니가 이영학 딸(14)과 한 통화를 듣지 못했다"던 경찰의 해명이 설득력을 잃게 되면서 초동대응을 향한 비판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 "이양 존재 말했다" vs "시끄러워 안 들렸다"

1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실이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A(14) 양의 어머니는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45분쯤 중랑경찰서 망우지구대에 도착했다. 

"친구를 만나겠다"며 집을 나간 아이가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고 스마트폰까지 꺼져있자 112에 신고한 뒤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급히 뛰어온 것이다. 

경찰 설명에 따르면 해당 영상장치는 실제 시각보다 7분 50초 빠르게 입력돼 있었다. 이에 따라 A 양 어머니는 23시 53분에 도착한 것으로 표기됐다. 

지구대로 들어온 그는 화면 오른쪽 가려진 부분에 위치한 별도공간에서 A 양의 인적사항과 최근정보 등을 문서로 적어 제출했다.

A 양 어머니는 이때 "아이가 마지막으로 만난 게 이 양"이라는 점을 경찰에 알렸다고 최근 주장하고 있다. 또 "이미 여러 차례 이 양과 통화를 한 상태였고, 지구대에서 경찰관을 앞에 두고도 통화를 했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A 양 어머니로부터 이 양의 존재를 다음 날인 1일 밤 9시쯤에야 들었다. 일찍 알려줬으면 이 양을 특정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며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하던 경찰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경찰은 뒤늦게 "통화를 했다고 해도 지구대 안이 소란스러워 잘 들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만약 담당 직원이 상담(프로파일링) 일지를 정리하는 동안 통화를 했다면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잡아떼고 있다.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13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 북부지방검찰청에 송치되고 있다. 노컷뉴스 자료사진


◇ 50분간 4명, 물 마시고 스마트폰 볼 뿐

하지만 영상에서 A 양 어머니가 들어온 30일 오후 11시 45분부터 다음 날인 1일 오전 0시 33분까지 지구대에 있었던 일반인은 모두 합해봐야 고작 4명뿐이었다.

특히 통화가 시작된 30일 오후 11시 49분(57분쯤으로 표기)에는 부부 혹은 일행으로 보이는 남성과 여성 각각 1명씩 만이 민원인 대기석을 지키고 앉아 있었다.

이들은 이따금 종이컵으로 물을 마시거나 스마트폰을 바라볼 뿐 특별히 지속적으로 소란을 피우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주변을 거닐던 경찰관들이 이들을 제지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A 양 어머니가 잠시 밖으로 나갔던 9분을 제외하고 남은 39분 동안 추가 방문자는 없었고 경찰은 최소 5명에서 최대 8명 정도가 항상 자리를 지켰다. 2~3명은 태연히 앉아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이를 보면 A 양 어머니가 지구대에서 2분 18초간 했다던 이 양과의 통화를 "주변이 시끄러워서 못 들었다"는 경찰의 해명은 납득하기 어려워진다. A 양 어머니가 있던 곳은 이들 경찰관이 있는 곳에서 겨우 2~3m 떨어져 있었다. 

결국 오열하고 난리를 쳐도 "단순 가출"이라던 경찰 앞에서 A 양 부모는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3시간쯤 뒤 중랑서 여성·청소년 전담수사팀이 지구대에 나타났지만 놀랍게도 "초기수색이 끝나간다"는 말을 듣고 그냥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시각 A 양은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집 안방에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싸늘한 주검이 되어 강원도 영월 산자락 찬 바닥에 버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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