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유학하던 아버지는 배가 고프면 설익은 감을 따 아랫목에 넣어두고 배가 고플 때마다 손을 넣어 가만가만 감을 만져보셨다는데, 단단한 감이 물러지기 시작할 즈음 밤이 깊어가고, 만지면 보일 듯 말 듯 파문처럼 감의 껍질 위로 동그라미가 뜨는데 침이 고이고, 이불 속에서 설익은 감을 조심조심 눌러보며 나중에는 엄마의 젖가슴도 그렇게, 또 나중에는 갓 태어난 내 정수리도 그렇게 조심조심 눌러보셨다는데, 아직도 감나무를 보면 설익은 감을 따 가만가만 만져보시는 아버지, 초록빛이 도는 감위로 아버지가 비치고 아버지는 약관의 청년이 되고 초록 감이 붉게 익는 것만이 세상 가장 큰 소원이던 그때가 청년의 눈 위에 되비치는데, 그런 아버지를 볼 때면 나는 내 바로 전의 생을 조심조심 더듬어 기억해 내곤 하는 것이다.

 

김조민 시인

◆ 詩이야기 : 가끔 옛 생각에 사로잡힌다. 
꼬리에 꼬리를 문 기억의 끝자락에는 어느새 고향집 논두렁에서 뛰어놀던 사내아이와 따뜻한 밥을 함께 지어먹을 가족이 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유년의 눈부신 날들을 내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다.

◆ 약력 : 김조민 시인은 2013년 계간 「서정시학 」
 신인상을 받았다. 현재 서정시학회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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