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건축의 새 패러다임 될 매곡도서관
북구 경제 부흥·문화 요람 되기에 충분
제2의 빌바오 기대하며 울산 명소 되길

 

박성관
울산 북구 건축주택과장

울산 북구는 세계적 완성차 기업인 현대자동차(주)와 관련 중소업체 근로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다. 산업단지와 주택단지가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고, 구도심과 신도심이 혼재돼 있다. 이런 도시의 특성 때문에 기존도심의 정주 환경 개선을 위한 주민 욕구가 높아지고, 도시개발사업에 따른 신주거지 조성으로 일반건축물과 공동주택 건립이 급증하고 있다. 이는 주민들의 건축행정 및 정책에 대한 관심도로 이어졌다.

올해 북구는 출범 20주년을 맞았다. 인구는 곧 2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북구는 늘어나는 인구와 새로운 소비층의 트렌드에 발맞춰 사회복지·교육여건·문화여가·관광·휴양 등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부족한 문화 및 교육 인프라 구축을 위해 거점별 작은도서관을 건립하고 생활·체육·문화센터 건립에도 노력을 기울여 새로운 공공건축물이 도시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스페인 북부 바스크 자치주의 중소도시 빌바오는 도시의 쇠퇴와 공공건축물로 인한 부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인구 30만의 작은 도시가 연간 100만의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 문화관광 도시로 탈바꿈하게 된 것은 빌바오가 자랑하는 구겐하임 미술관이라는 위대한 건축물 덕분이다. 근대 건축 이후 기둥과 보, 바닥으로 구성되는 상자 모양의 기존 디자인 개념을 과감하게 탈피하고 금속제 꽃으로 형태의 자유로움을 꾀했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기능을 그저 수용하는 측면에 그치지 않고 관광 상품화해 도시의 브랜드 가치로 자리매김했다. 철강업과 조선업이 쇠락한 음산한 잿빛도시는 사람이 몰려드는 문화의 요람이 됐고, 시민들의 자긍심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준공한 북구 매곡도서관은 최근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한민국 신진건축사대상 등 국내 유명 건축상을 휩쓸었다. 스페인 빌바오의 사례를 볼 때 매곡도서관의 가치와 역할은 기대될 수밖에 없다.

매곡도서관은 산업단지와 공동주택 밀집지의 경계선에 위치해 있다. 대지는 좁고 길며, 아래와 위의 높이 차이는 6m에 이른다. 건물 짓기 참 어려운 땅이다.

대지의 열악한 환경은 오히려 건축 디자인의 역발상을 가져 왔다. 외부의 경사면을 건축물 내부로 끌어 들여 건축물 전체가 책을 읽으며 산책하는 콘셉트로 내외부 공간을 구성했다. ‘책의 숲을 가족과 함께 산책한다’라는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발상은 기존과 전혀 다른 도서관 건축물을 만들어 냈다.

북구청은 기존 대지와 도로의 유휴지인 하천부지를 활용해 주차공간을 추가 확보하고, 매곡천 정비사업과 연계해 인도교와 산책로도 확보해 도서관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낙후된 지역의 환경을 살고 싶은 지역으로 개선해 도시재생 효과도 향상시켰다.

매곡도서관의 이번 성과가 지역 건축문화 인프라 활성화에 시금석이 돼 문화도시, 자연이 살아 숨쉬는 도시, 청정도시 울산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

이제 우리 건축인들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설계자는 창의적이고 독창적이며 차별화된 디자인을 통해 끊임없이 도시의 얼굴을 바꿔 가야 한다. 발주자가 설계자의 의도와 예술성을 보다 존중하고, 발주자·설계자·시공자·감리자가 능동적으로 협업해 시공의 오류 등을 최소화할 때 비로소 아름답고 창의적인 건축물이 탄생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한 건축물이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관광 상품화돼 도시의 가치를 높인 ‘빌바오의 효과’를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매곡도서관이 공공건축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아 선도적 역할은 물론 주민에 사랑받는 지역의 명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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