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고려대 '정대 후문 게시판' 페이스북 페이지)

최근 고려대학교에 전 남자친구의 '데이트 폭력’을 고발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게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1일 고려대학교 페이스북 페이지 '정대후문 게시판'에는 '오빠는 데이트 폭력 가해자다'라는 제목의 대자보 사진이 올라왔다. 

해당 대자보에서 글쓴이 A씨는 자신을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라고 밝히며 성관계를 강요한 전 남자친구의 행동을 고발했다.

A씨는 "오빠한테 나는 아마 성적 욕구를 채워주는 기구 정도쯤이었을 것이다"라며 "연애가 처음이었던 내가 무서운 마음이 들어 피하는 내색을 하면 ‘준비되면 빨리 이야기해.’라면서 화난 표정으로 눈치를 줬다. 그러다가 내가 눈치를 보면서 있으면 다시 오빠의 성적 욕구를 채우려고 달려들었다"고 털어놨다.

또 "오빠는 내가 신음소리 내는 자체를 '시끄러운 소리' 내지 말라고 막았다. 하지만 동시에 오빠의 성적 욕구는 채우고 싶어 했다"며 "'여자는 남자한테 한 번 자자고 했으면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이 모든 것은 명백한 '폭력'이었다"며 "사귄다는 이유로, 연인이라는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나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하고 속박했던 오빠의 행동이 하나하나가 모두 폭력이었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나는 이것이 '데이트 폭력'이라는 사실을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요즘도 잘살고 있는 오빠의 근황을 접한다. 아무도 오빠가 데이트 폭력 가해자라는 사실을 모른다"며 "내가 몇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또 다른 '나'가 더 이상 없길 바라서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 아무런 죄의식 없이 이 대자보 앞을 지나고 있을 수많은 '오빠'들이 변하기를 바란다"면서 "폭력의 가장 근본적인 대안은 '가해자'가 되지 않는 것, 바로 오빠가 나에게 했던 그런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해당 대자보는 고대소수자인권위원회가 제작한 것으로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에 공동으로 붙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자보는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됐고 온라인상에는 이에 대한 분노 섞인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해당 글을 접한 민모씨는 "이건 명백한 성폭행이다. 또 다른 피해자가 계속 나올까 두렵다"고 했으며 정모씨는 "성폭력 가해자들의 대부분이 이건 성폭력이 아니다. 피해자도 동의했다고 핑계를 댄다"고 가해자들의 행동을 지적했다.

이모씨는 "빚 독촉받는 채무자처럼 만나는 내내 시달리면서도 그게 폭력인 줄 몰랐다. 정확한 언어를 구사함으로써, 폭력을 폭력이라고 부름으로써 내가 바뀌고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