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이재정, 2013년 靑 미래전략수석실 작성 문건 공개
2016년엔 이병기 前 비서실장 "재이슈화에 대응 철저히"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3년 청와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위한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기로 입장을 정했다는 점이 당시 청와대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한 2016년에는 "정부 조치의 적절성이 재이슈화될 수 있으니 철저히 대응하라"는 지시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과 이재정 의원이 20일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실에서는 2013년 6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방안'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작성했다.

미래전략수석실은 이 문건에서 "4월 임시국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결의안이 채택되고 민주당 장하나 의원 등 야당 의원 대표로 4건의 법안이 발의됐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또 부처별 입장으로 "기재부는 해외 사례에서도 선 소송·후 국가지원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입장"이라고 기술하기도 했다.

특히 문건에 따르면 당시 미래전략수석과 경제수석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구제를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는 대신 기존제도를 활용해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마련"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돼 있다.

이어 '결론'이라는 항목에서는 "관계부처장관회의를 거쳐 정부방침을 확정하고, 당정 협의를 통해 정부(안)에 동의를 확보, 국회에서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도록 공동대처하겠다"고 언급돼 있다.

실제로 2013년 9월 당정협의에서 청와대와 당시 새누리당은 가습기 피해 관련 특별법을 제정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고, 특별법 처리 역시 불발됐다.

3년 후인 2016년에는 가습기 피해 문제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실수비)에서 대응방안이 다시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4월 20일 '비서실장 지시사항 이행 및 대책(안)' 문건을 보면 "가습기 살균제 관련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그간 정부조치의 적절성 등이 재이슈화 될 수가 있다"며 "상황관리를 철저히 하고, 피해조사 신청기간 연장 등 예상쟁점에 대해서 대응방향을 미리 검토할 것"이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돼 있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병기 전 실장이었다.

국회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맡았던 홍익표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특별법에 대해 일관된 반대 지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당시 민주당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더라도 적어도 정부에서 유족들에 대해 최소한의 유감표명이라도 해달라고 했는데, 끝내 하지 않았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대신 사과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 신속처리(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돼 있는 만큼, 이제라도 여야는 법안 처리에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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