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이상의 큰 의미를 지닌 행위 ‘한 끼’
지역 경제 살리기와 함께 소통의 장 제공   
살맛 나고 정감 많은 동구로 발돋움 기대

 

권명호
울산 동구청장

예전 우리 어르신들은 누군가를 만나면 ‘안녕하십니까’라는 말보다 ‘식사하셨습니까’라는 인사를 더 많이 했다. 그때는 너나 할 것 없이 먹고살기 힘든 때였고 하루 세 끼를 제때 챙겨 먹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던 시절이었다.

경제가 발전하고 생활이 넉넉해진 지금에도 ‘한 끼’의 의미는 여전히 특별하다.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은, 가치 있는 것을 서로 베푸는 것이며 음식을 먹으면서 느낄 수 있는 경험을 공유하는 행동이다. 

누군가가 차려준 음식을 먹는 것에도 단순히 허기를 메우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음식을 준비해 준 누군가의 노고와 정성에 감사하는 행위이며, 음식을 준비한 사람의 ‘손맛’으로 대변되는 한 인격체의 정체성에 한걸음 다가가는 계기가 된다. 그래서 음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고 상대방을 더 잘 이해하고 가까워질 수 있다. 

우리 동구는 지난해부터 전 직원들과 매월 따뜻하고 특별한 식사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바로 ‘지역 경제 살리기를 위한 지역 음식점 집중 이용의 날’ 행사이다.

이 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소박했다. 조선업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상인들을 도울 방법을 고민하다가 한 달에 한 번 있는 동구청 구내식당 휴무일에 우리 직원들이 단체로 지역 음식점을 이용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전까지는 구내식당 휴무일마다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인근 음식점에서 외식을 했는데, ‘지역 경제 살리기를 위한 지역 음식점 집중 이용의 날’을 통해 각 부서별로 음식점을 지정해 부서원들끼리 점심 식사를 하면서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지역 음식점들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처음에는 매달 1회 지역의 착한 가격업소를 위주로 방문했었는데, 지난해 5월부터는 구내식당 휴무일을 한 달에 두 번으로 늘리고, 매월 둘째·넷째 금요일마다 동구지역의 전통시장과 착한 가격업소, 음식점 밀집 지역을 찾고 있다. 

그동안 명덕시장, 전하시장, 월봉시장, 대송시장, 문현시장, 동울산시장, 남목시장 등 전통시장 내 음식점을 비롯해 남목 복개천, 중전기 복개천, 문현로 일대, 전하동 300번지 일대, 방어진항 일대, 방어동 내진 길 일대 등 지역 음식점 밀집 지역을 방문했다. 

지난해 9월에는 당시 남해안 일대에서 발생한 콜레라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던 방어진항 일대 횟집을 찾아, 우리 직원들과 물회와 회덮밥을 먹으며 동구지역 횟집의 안전성을 몸소 알리기도 했다. 또, 지난 8월에는 주변의 도로공사로 유동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방어동 내진 길 일대 상인들을 위해 두차례나 지역 음식점 이용의 날 행사를 가졌다. 이렇게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30여 차례에 걸쳐 누적인원 4,000여 명이 지역 음식점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지역 경제 살리기를 위한 지역 음식점 집중 이용의 날’은 나에게도 특별한 시간이다. 시장 한가운데 국밥집 나무의자에서 직원들과 어깨를 맞대고 앉아 젊은 직원들과 소통의 시간을 갖기도 하고, 시장에서 일하는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직접 들으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기도 한다.

한 아주머니는 “시장에서 음식점을 10여 년 넘게 했는데, 구청장이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러 온 것은 처음이다”라며 반가워하셨다. 어떤 가게에서는 오랜만에 단체 손님을 받아본다며 음식을 더 내어 주시기도 하고, 어떤 직원들은 시장 골목 깊숙이 있어 미처 몰랐던 맛 집을 찾았다며 가족과 함께 다시 방문했다고 한다.

늘 먹는 한 끼의 식사지만, 어느 장소에서 어떤 마음으로 누군가와 먹느냐에 따라 훈훈한 사랑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한다.

한 달에 두 번 갖는 행사가 지역 상인들에게 물질적으로 크게 도움을 줄 수는 없겠지만, 우리 직원 모두가 지역 상인들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지역 경제 살리기에 작으나마 힘을 보탠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따뜻한 한 끼로 실천하는 사랑이 우리 동구를 더욱 정감 있고 살맛 나는 지역으로 바꾸어 주리라 기대한다. 우리 지역 상인들과 만나는, 둘째·넷째 금요일의 특별한 점심 식사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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