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간 신뢰 쌓고 교감하는 고품격 행위 ‘경청’
최근 갈등 빚고있는 행정기관·주민에게 필요한 듯
서로의 이야기 귀 기울여 듣고  배려할 수 있길 

 

서경환울산광역시 중구의회 의장

흔히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쌓아가는 것이라 한다. 사람과의 관계를 쌓아가는 첫걸음은 언어를 매개로 한 대화다. 그리고 그 대화는 ‘소통과 공감’이 전제될 때 관계를 맺고 하나둘 쌓아갈 수 있다.

소통(疏通)은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을 뜻한다. 또한 공감(共感)은 상대의 감정이나 의견에 대해 본인도 그렇다고 느끼는 감정이나 기분을 나타낸다. 달리말해 상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상대가 가진 아픔을 느끼고 그 입장과 시선으로 사물과 현상을 바라볼 때 공감이 생기고 결국 완벽한 소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소통과 공감을 잘 할 수 있을까?

 
소통의 시작은 경청(傾聽)에서 출발한다. 경청을 한자풀이로 살펴보면 그 의미가 보다 더 잘 와 닿는다. 경(傾)은 사람(人)을 향해 머리가 기울어진 것을 나타낸 한자로 상대방 앞으로 다가가 관심을 기울인다는 뜻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 청(聽)을 풀어보면 귀 이(耳)와 임금 왕(王), 열 십(十), 눈 목(目), 마음 심(心)으로 구성돼 있다. 즉 상대방에게 가까이 다가가 마치 왕이 백성을 향한 마음처럼 듣고, 열 개의 눈으로 관찰하면 상대의 마음마저 얻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이처럼 경청은 상대와의 대화와 소통 과정에서 가장 품격 있고 차원 높은 행위다. 단순히 ‘듣는 것’과 ‘경청’의 차이는 크다. 경청은 그냥 듣는 것이 아닌 다른 이의 말을 귀담아 듣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기 때문에 사람 사이에 얽히고설킨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큰 힘이 된다. 공감을 이끌어내고 이는 곧 교감으로까지 이어진다.

지난 200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은 재임시절 중동문제 해결의 열쇠로  경청을 활용했다. 과거 부시 행정부 시절 테러국으로 규정했던 중동국가에 대해 오바마는 외교사절을 파견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주문대신 “잘 듣고 오라”는 말로 경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집트 카이로에서 이슬람과의 화해연설을 통해 중동국가와의 관계개선에 일조했다.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이순신 장군 역시 경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몸소 실천한 인물이다. 그는 한산도에 머무를 당시 ‘운주당(運籌堂)’이라는 개인 서재 겸 집무실을 뒀다. 운주당에서 참모들은 물론 일개 병사에서 주민들에 이르기까지 수시로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전장에서 활용했다. 이순신 장군이 수많은 전투에서 왜적을 물리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이순신 장군이 주민과 병사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적절히 사용하는 경청의 지혜가 숨어있었다.

지난 여름 끝자락부터 시작된 중구 B-05지역 주택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겨울의 초입으로 가는 길목까지 이어지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와 사업조합은 불법유무를 둘러싼 사법당국의 수사진행으로 인해 첨예한 입장 대립이 이어지며 평행선을 달리는 모양새다. 여기에 비대위측 주민들이 구청의 행정적 책임을 주장하며 벌이는 집회과정에서 불거진 허위사실 유포와 욕설, 언어폭력 등에 대해 구청은 행정기관 신뢰성 회복을 이유로 법적대응 방침마저 세우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져 가고 있다.

아쉬운 점은 주민은 주민대로, 구청은 구청대로, 여기에 우리 의회는 의회대로 상호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이다. 이러한 불통의 근본원인은 결국 우리 모두 ‘경청하는 자세’가 부족하기 때문이란 생각이다. 주민들의 억울한 입장을 십분 이해하지만 분노의 감정에만 휩싸여 상대의 이야기를 아예 듣지 않으려는 태도도 고쳐져야 하며 구청은 행정적 책임과 권한, 기능에 대해 주민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더해야 한다.

의회 역시 지금까지 주민의 아프고 가려운 곳을 찾아달라는 요구에 대해 보다 더 몸을 기울여 듣는 노력을 보태야 한다. 어쩌면 우리 주변은 물론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갈등과 마찰, 논란의 원인은 경청을 하지 않는 자세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른다. 문제를 해결하는 첫 시작은 경청을 통해 상호 신뢰와 배려, 소통을 이뤄 가는데 있다. 경청은 소통과 공감의 시작인 동시에 그 종착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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