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주는 특별한 선물 ‘생각의 시간’
앞만 보고 달린 우리의 삶 잠시 휴식을
순리 따르며 인생의 아름다움 느껴보자

 

강석근 울산지방법무사회 회장

가을이 하루하루 더 깊이 물들어가고 있다. 봄에는 초록이 하루하루 다르게 피어나듯, 이 계절에는 노랑과 붉음이 짙어져간다. 한낮에 걸을 때는 따스한 햇살에 땀이 맺혀도, 이른 아침 한기에 몸을 움츠리는 모습에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문득 스친 거리 풍경에도 유난한 어떤 나무는, 아직 옆의 것들이 초록을 유지해도 자신만은 유독 계절을 먼저 알아차린다는 듯 붉게 물들거나 누렇게 말라져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나무들을 보며, 또 그러한 모습에 무엇인가 스치는 상념을 느끼며, 이제 우리 곁에 가을이 있음을 실감케 한다.

지성과 감성을 자극하는 계절이라서 책 한권이라도 손에 들지 않으면 왠지 죄스러워지도 한다. 
가을이 짙어져 낙엽이 지기 시작하는 때를 맞아서야, 지난날 봄과 여름에 분주하게만 살아온 것을 후회하고 되돌아보게 된다. 

가을은 하늘을 한번쯤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기곤 하는 계절이요, 무덤덤한 내 삶에 돌을 던져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계절이요, 흐트러진 삶을 복원하는 계절이요, 과거의 아픈 상처를 아름다운 추억으로 재생하는 계절이다. 

열심히 사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지난날 무심코 지나쳐버린 사소한 일상마저 다시한번 생각토록 하는 계절이기에 가을을 가을답게 보내지 않으면 삶의 아름다움은 어디서 찾으랴.

실로 우리의 삶도 가을처럼 나뭇잎처럼 물들고, 떨어지고, 흘러가고, 쌓이고, 밟히며 썩고, 그러나 돌아오는 봄에 다시 피어날 것이다. 

쌓여서 땋을 덮고 있는 낙엽은 처량해 보이기도 하나 아름답기도 하다. 낙엽처럼 우리를 누르고 있는 삶의 무게도 무겁지만 인생을 돌아볼 수 있게 하기에 그 무게감이 담긴 의미도 크다. 단풍 그리고 낙엽의 의미를 새겨보자.

첫째,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때가 되면 마지막 사라짐이 있다는 것이다. 한 여름 싱그러움과 푸름을 뽐냈던 나뭇잎도 가을이 되면 자기 몸을 가누지 못해 낙엽이 되어 떨어지듯, 우리 인생에도 낮의 태양처럼 세상을 호령하던 청춘기가 있지만 저녁노을 같은 황혼기가 있다. 영욕의 세월에 오고간 수많은 영웅호걸도 세상을 떠났으니 마지막이 있음을 알고 겸손히 살아가는 인생은 지혜로운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삶을 열심히 산 사람의 마지막은 아름답다는 것이다. 가을의 낙엽은 여름을 열심히 살았음의 표징이라 할 수 있다. 여름 내내 광합성 작용을 통해 나무를 성장시키고, 내뿜은 산소를 통해서 자연과 인간을 살리는데 최선을 다했기에 가을의 낙엽은 아름답기 그지없는 것이리라. 최선을 다해 살다 떠나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은 단풍처럼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셋째, 아름다운 인생은 떠남을 통해서도 세상에 유익을 남긴다는 것이다. 단풍이 된 낙엽은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고 미생물들이 살아가는 터전이 되는 것처럼 인생의 발자취 또한 후대에 자양분이 된다. 

저녁노을이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가을의 어느 날 오후, 태화강변을 찾았다. 국화, 코스모스, 억새, 이름도 알 수 없는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한 길에서 대숲 사이로 불어오는 싱그러운 강바람을 바람결에 맞으니,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가 자연스레 입에서 맴돈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가을이 주는 선물인 생각의 깊이를 통해 우리의 삶을 돌아보아야 할 때다. 이룬 것도, 이루지 못한 것도, 가진 것도, 가지지 못한 것도, 결국은 우리의 삶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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