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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칼럼] 행복론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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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진숙 UNIST 기초과정부 교수
  • 승인 2017.11.02 22:30
  • 댓글 0

베이비부머·에코부머 세대간 깊어지는 갈등골
기성세대, 젊은이들에게 ‘행복함’ 강요 대신
지원·지지 우선해야 공동체 행복 이룰 수 있어

 

 

최진숙UNIST 기초과정부 교수

웰빙, 힐링, 긍정의 심리학, 그리고 행복지수. 우리에게 자꾸 행복하라고 강요하는 주위의 담론들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행복하지 않은 사람에게 ‘행복한데 행복한 줄 모르고 있는 것’이라며 조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의 청년들이 ‘헬조선’을 말하는 것이 마치 ‘좋은 때’에 살아가는 배부른 사람의 불평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한 조언과 비판에는 항상 ‘나는 그 나이 때...’라며 자신의 경험담이 동반된다. 그런데 보통 과거에 대하여 갖는 기억은 극히 제한적이고, 시간이 갈수록 과거의 경험을 정당화 및 미화를 하게 된다는 걸 잊은 것은 아닐까. 


최근 언론에 보도됐듯이 소위 베이비부머(1955-1974년 사이 출생)의 자녀들은 부모보다 공부는 더 하면서도 부모가 간 대학 보다 ‘못한’ 대학에 못 갈 수 있고, 부모보다 일찍 취직 준비를 시작하지만, 취직을 못하거나 월급을 덜 받을 수도 있으며, 부모보다 더 ‘노오력’을 해도 집을 사지 못할 수도 있다. 자녀 교육을 중시하는 베이비부머들의 열정 덕분에 그들의 자녀 세대인 에코부머들은 상대적으로 여유롭고 편한 환경에서 성장했을지는 모르나, 사회에 진출하면서 ‘취업의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누구나 다 알 듯이 베이비붐 세대가 사회에 진출할 당시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우리 경제가 점차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대학 동창과 서울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다. 내 나이 사람들이 흔히 그러듯이 과거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녀 교육 이야기도 했다. 그러면서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을 확인했다. 우리가 대학 들어갈 80년대에는 대학 정원 자체가 급격히 증가했고, 당시 학령인구 중 대학 진학률이 25% 정도 됐었다(지금은 70%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 만큼 그 당시 대학 진학 경쟁률이 현재보다 훨씬 더 낮았으며, 초중학교에서는 놀다가 고등학교 2, 3학년 때 바짝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갈 수도 있었던 시절이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그리고 고도성장기라서 대학 졸업 후 지금에 비해 일자리도 더 많았다. 그러니 사실 소위 ‘좋은 때’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다 누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다만 지금에 비해 정보가 제한돼 있었고, 고기를 덜 먹었고, 스마트폰이 없었던 것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젊은 세대 사람들에게 ‘너희들은 내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몰라’라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더 나아가 한국 사회가 식민지와 전쟁을 겪고도 이정도 사는 게 어디인가라고 말하는 것도 배고픈 자들에게 용기를 주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경험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젊은이들에게는 허망한 조언이기만 하다. 


한국의 청년들은 헬조선을 말할 권리가 있다. 불행하다고 말할 권리가 있다. 현 기성세대는 과연 20대에 행복했을까? 어쩌면 그 당시 고난을 겪으면서 불평도 많이 했을 것이다. 다만 고난을 참고 견디는 것에 조금 더 능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 부분도 여전히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거기다가 그 때는 ‘참고 견뎌야 한다, 하면 된다’는 것을 마치 종교처럼 믿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믿음을 가지고 노력한 성과가 돌아오는 국제, 국내 경제적 환경을 가진 시대였다. 


우리의 감정을 통제하거나 성취를 통해 행복해진다고 하지 말라. ‘헬조선’을 외치는 젊은이들이 바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짊어질 사람들이다. 기성세대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이들이 자립할 수 있고, 고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지원해주는 것이다. 기성세대가 시대의 한계, 구조적 한계 때문에 할 수 없었던 것들을 반성해보는 시간을 함께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진정한 행복은 개인의 노력만이 아니라 공동체의 지원과 사회의 안전망을 통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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