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앞으로 다가온 2018학년도 수능
최후까지 최선 다해 좋은 결과 얻길 
모두의 미래 좋은 일 가득하길 염원

 

김석봉
울산대 국어국문학부 교수

11월이다. 2017년도 거의 한 달여가 남았을 뿐이다. 이런 때 이런 글을 쓸 때는 얼마 남지 않은 한 해를 마무리한다던가 뭐 그런 류의 글이 어울릴 법도 하다. 그런데 우리 앞에는 아직 수능이라는 큰 산이 남아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하긴 요즘에야 수능보다 앞서 무슨무슨 전형이라는 이름으로 대입의 관문을 통과한 사람이 많이 있으니 수능이 그다지 크게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막상 그 관문 앞에선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또 그렇지 않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먼저 고교 3학년생들에게 한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선은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싶다. 정규 학교 교육만 12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열정을 다했던 수능이 코앞에 다가왔다. 때문에, 고생했다는 사실은 잠시 접어 두고 지금은 한참 마무리에 전력을 다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사실 한국처럼 입시라는 것 때문에 온 나라가 들썩이는 것을 정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 그 입시의 관문을 통과한 뒤 대학에 들어가서의 삶 역시 정상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입시라는 문을 지나고 난 뒤의 문제라는 점을 잊어선 안되겠다. 

앞서 비정상적이라고 이야기 했지만 어쨌든 대학을 졸업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그 이후의 삶이 달라진다는 것을 여러분들은 명확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여러분이 부모님께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효도라는 사실을 확실히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그 입시의 관문을 두 번 혹은 세 번째 또는 그 이상으로 맞이하는 사람들 역시 우리가 기억해야할 존재들이다. 여러분들은 재수 혹은 그 이상의 것 때문에 괴로워 하고 있을 것이며 그 괴로움 이상으로 눈앞의 입시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삶의 과정을 조금 더 길게 생각할 수 있다면 지금 여러분이 경험하고 있는 그것은 어쩌면 삶을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거칠게 보아서 우리가 60살까지 흔히 말하는 돈을 벌면서 사는 삶을 산다고 했을 때 지금의 1, 2년은 그리 큰 기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이 삶을 포기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이 지점에서 문득 필자의 대학 시절 함께 했던 사람들이 기억난다. 그들 중 아직까지 필자 머리 속에 남아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재수 삼수를 경험했었던 존재들이었고 대학 생활 동안 자신들이 재수를 했었다는 사실을 그렇게 크게 드러내지 않았던 부류였다는 것이 꽤 큰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어쩌면 그 것이 여러분들에게 주고자 하는 나의 또 다른 기억 중 하나라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그들을 키워주신 부모님들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겉으로 괜찮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아니고 밖으로는 별 것 아니다 라고하면서도 안으로는 그게 아니었던 수많은 그런 삶을 살아 온 부모님들 역시 고생했고 이제 그 고생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사실 이 입시 제도라는 것이 워낙 복잡한 것이라서 대학 교수인 필자 조차도 입시에 관한한 문외한이라는 점을 미리 말씀드려야겠다. 이 말인즉 학생들 말고는 누구도 입시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수능이 끝나면 부모님과 학생들 사이에 묘한 긴장이 흐를 것이다. 

그 때 학생의 입장에서 한 마디 던져 줄 수 있는 그런 엄마, 아빠가 되시기를 바란다. 문득 내 아버지 생각이 난다. 시험을 망치고 나온 내 앞에 선 아버지는 거인처럼 큰 사람이었고 내 모든 것을 다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30여 년 전 나의 아버지와 같은 모습을 지금의 부모님들께 기대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11월 16일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그 때까지 한 자라도 더 외우고 한 자라도 더 써보길 바란다. 그것이야 말로 최후까지 최선을 다하는 진정한 승부사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여러분 모두의 미래에 좋은 일이 함께 하기를 빈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