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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칼럼] 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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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우 작가·한국언론진흥재단 부산지사
  • 승인 2017.11.06 22:30
  • 댓글 0

직접 병을 앓아봐야 아픔 알아
영혼 없는 위로 안한것만 못해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진심 담자

 

 

이동우
작가·한국언론진흥재단 부산지사

기침이 나오기 시작한 건 자동차 안에서였다. 차를 운전하기 시작한지 두 시간 정도 지났을 때부터 기침이 나오기 시작했다. 

심하지는 않았다. 부산에 도착할 때 까지 고작 대 여섯 번 기침을 했을 뿐이다. 목이 살짝 간지러웠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먼지를 많이 마셨기 때문이려니 싶었다. 그냥 지나가는 기침이려니 했다. 갑자기 온도가 뚝 떨어진 늦가을 아침, 고향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떠나올 때도 이렇게 기침을 했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기침소리에 놀라 ‘감기에 걸렸나 보다’며 근심 가득한 얼굴이 되곤 했다. 

아침은 별다를 게 없었다. 새벽에 일어나 밥을 하고 참치 김치찌개를 끓여 아버지와 함께 밥을 먹었다. 마을 회관 앞에서 동네 사람들을 만났다. 이장 아들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을 배웅했다. 버스에 올라 잘 다녀오라며 인사를 건넸다. 

문경새재로 등산을 가는 친구들을 만나 일일이 악수를 하며 배웅을 했다. 이장 아들 결혼식장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서 점심을 먹고 부산으로 출발하기 위해 차를 몰았다.

부산에 도착해 술을 한 잔 마시고 잠이 들었다. 술 때문인지 몸에서 열이 났다. 반소매 차림으로 잠을 잤다. 새벽녘에 다시 기침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침을 할 때마다 목이 따끔거렸다. 아침에 일어나니 기침이 더욱 심해졌다. 몸이 무겁고 머리가 아프다. 영락없는 감기다. 

감기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자 기운이 쭉 빠지고 마음도 불안해진다. 하루 전 까지만 해도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육체적으로 힘든 것도 없었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았다. 그런데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어느 공간에선가 잠복해 있던 감기바이러스가 내 몸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 감기는 어디에서 왔을까? 이장 집 결혼식에 참석하는 사람들을 배웅하는 버스 안 일 수도 있고, 문경세재로 등산을 가는 친구들의 손을 통해 감염됐을 수도 있다. 점심을 먹은 식당 안에서 감염 됐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늦가을에 접어들기 전, 아내는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라고 했다. 병원을 찾지는 않았다. 따뜻한 부산에서 살고 있으니 독감 예방주사 같은 건 필요 없으리라 외면했다. 

이장은 동네 방송을 통해 보건소에서 노인들에게 무료로 독감 예방주사를 놓아준다고 알려줬다. 아버지에게 독감 예방주사를 맞혀야 했지만 주말에 보건소가 문을 닫으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며 스스로 핑계거리를 만들었다.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학창시절, 농사를 짓는 부모님이 혹시나 쯔쯔가무시 병에 걸리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초기에는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는 뉴스를 보며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농사일을 하다가 논이나 밭에서 소변을 보는 어머니 때문에 불안감은 더욱 가중됐다. 다행히도 어머니는 쯔쯔가무시병에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암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담낭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던 중 어머니는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암에 걸려야 하느냐’며 눈물을 보였다. 그때 어머니의 심정은 어땠을까. 

아내가 감기에 걸렸다고 했을 때 병원에 다녀오라고 말했다. 주사라도 한 대 맞고 오라고 했다. 그때 나는 아내의 아픔을 이해하고 있었을까?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아프지 않은 내가 아픈 아내를 이해할 수는 없다. 감기에 걸리고 나서야 아내의 아픔을 이해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나는 얼마나 이해하고 공유하는가? 겉으로만 위로하는 척 하지는 않았는가? 건성으로 이해하는 척 스스로를 속이지는 않았는가? 나를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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