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아 기자

우리사회는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나를 낮추기 보다는 나를 드러내고 어필하는데 익숙하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정치인들의 행보와 공약이행, 공기관의 업적 등을 우리가 원치 않아도 보고 듣게 된다. 홍보의 역할이 중요해 지면서 이를 위한 전략을 입안하고 실행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공직, 단체 및 기관뿐만 아니라 개개인도 그렇다. 사회적 제도 탓이겠지만 이력서에는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야 한다. 그리고 어떤 조직에 속해있든지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 그것이 살아남는 방법이고 현대인이 보람을 느끼는 척도처럼 돼 버렸다. 그리고 자신의 커리어가 어느덧 열심히 산 흔적의 기준이 됐다. 

사실 돌아보면 필자인 나조차도 그렇다. 남들이 하지 못한 취재를 할 때면 다음날 맞는 아침이 기대되고 두근거린다. 기자의 본분인 사실을 알렸다는 책임감 보다는 내가 남보다 새로운 것을 해냈다는 성취감에 들뜨는 것이다. 본질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6일 훈훈한 미담이 전해졌다. 한 익명의 기부자가 40여 년 동안 저금통에 모은 5,000여 만원의 금액을 기부한 것이다. 이는 울산 북구교육진흥재단을 통해 지역 비정규직 및 저소득 자녀 장학금 지급과 교육발전을 위한 사업에 사용될 계획이다. 

40여 년 동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고 싶어 모았다는 돈들은 꼬깃꼬깃한 지폐와 갖가지 동전들이 가득했다. 모양이나 형태가 어떻든 이 기부자의 마음과 세월을 함께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세월이 진심으로 묻어났을 것이다. 분명 익숙한 이야기 인데 최근 들어 접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간간히 가뭄에 콩나듯이 이 같은 소식을 들을 때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수십억원의 금액이 아님에도 이날 인터넷 포털 1위를 차지한 것은 모든 사람들이 이 같은 따뜻하고 진실 된 이야기를 기다렸기 때문은 아닐까. 

“어려운 사람들에게 쓰이면 좋겠다”며 기부금을 전달한 기부자는 자신의 이름과 나이, 주소, 직업 등 개인 정보가 일절 알려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오로지 기부금이 쓰여질 대상만을 생각했다는 것이다. 또한 그것이 기부의 본질이다. 다시금 나를 돌아보게 된다. 수습기자 시절 취재를 시작했던 패기와 열정이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이따금씩 이런 훈훈한 소식이 들렸으면 좋겠다. 어려운 이웃에게는 도움의 손길이, 방향을 잃은 필자 같은 사람들에게도 귀감이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