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푸른 머위밭
어미여치가 새끼여치를 업었네
초록이 연두를 포대기도 없이 업고 가네 

튼실한 더듬이가 여린 더듬이를 
날렵한 날개가 어설픈 날개를
업어 키우고 있네

심해의 어떤 물고기는
등에다 알을 낳아 기르고 
지구촌 가난한 광야에는 
아기 업은 어미가 양식을 구하러 가는데  
지구가 달을 살짝 품어주는
개기월식, 
그보다 뜨거운 엄마의 영토를 생각하네 

내가 조금 철이 들던 그즈음
낡은 무덤 한 채 등에 진 엄마  
따스한 등의 기억으로
새끼여치는 힘껏 튀어오를 것이네

 

제인자 시인

◆ 詩이야기 : 사람의 뒷모습이 쓸쓸한 까닭은 등 때문이다. 등은 삶의 짐을 고스란히 감당하고도 생색 한번 내지 않는다. 지게를 지고 논밭으로 가던 아버지의 등, 아기를 업어 달래던 어머니의 등, 생존의 기반에는 등이 버티고 있었다. 내가 만난 가장 따스한 등은 피로 얼룩진 예수님의 등이다. 뒤꼍에서 어미여치가 새끼여치를 업고 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편리를 조금 내려놓고 변방으로 이사 오길 참 잘 했다. 

◆ 약력 : 제인자 시인은 ‘문예운동’ 등단. 2013년 ‘국민일보 신춘문예’ 신앙시 대상. 현재 울산문인협회·울산기독문협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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