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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칼럼] 삶의 지혜와 멋, 개운포와 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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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 석 시인·작가촌 숲 촌장
  • 승인 2017.11.07 22:30
  • 댓글 0

역신에 아내 뺏기고 춤 춘 처용 설화 깃든 개운포
처용암엔 처용무 대신 공장 굴뚝과 매연만 가득 
문명에 의해 침탈당한 처용의 아내와 다름 없을 것

 

임 석 시인·작가촌 숲 촌장

‘개운포’는 처용설화를 간직한 포구의 명칭이다. 이곳은 신라 49대 헌강왕이 놀이를 와서 쉰 곳으로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다. 어느날 헌강왕이 쉬러 왔을 때 갑자기 구름과 안개가 뒤덮혀 지척을 분간할 수 없게 되자 왕은 일관을 시켜 그 까닭을 물었다. 일관은 바다용의 조화이니 좋은 일을 해서 풀어야 한다고 알려 주었다. 왕은 즉시 세죽 나루 근처에 용을 위해 절을 세우도록 명하니 구름과 안개가 걷혔다고 한다. 운무가 걷혔다고 해서 포구 이름이 개운포(開雲浦)가 됐다.


당시 이곳은 아라비아 상인들이 들끓던 국제항이었다고 전해진다. 바로 옆에는 하늘로 비상하려는 용을 닮은 일곱 개의 바위로 이루어진 처용암이 바다 위에 떠있다. 지금은 그 위로 처용무 대신 온산 굴뚝 연기만이 바람 따라 흐르고 있다. 처용이 역신에게 아내를 빼앗기고 춤을 추었다는 설화는 문명의 역기능으로 개운포의 자연 환경이 훼손된 오늘날을 상징적으로 예언한 것인지도 모른다.


온산읍 방도리와 처용리로 건너가는 곳이 세죽 나루터다. 이곳은 한적한 어촌이었는데 특히 봄이면 ‘동백섬’이라고도 하는 목도(目島)에 봄 경치를 즐기려는 상춘객들이 북새통을 이뤘으며 이곳 횟집마다 공단 근무자들과 함께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그러나 공업단지에서 배출되는 폐수가 외항강으로 흘러들어 생태계는 점차 파괴되고 바다 역시 오염돼 횟집 촌, 세죽 나루는 폐촌으로 변했다. 그 지역 주민들은 고향을 버리고 다운동, 태화동으로 이주했고 그뒤 세죽 마을은 거의 폐허가 돼 버렸다. 처용의 춤을 비웃기라도 하듯 매연만이 개운포를 덮고 있다.


‘회색빛 하늘 아래 사나운 바다가 운다/버려진 목선 두엇  발목이 붙잡힌 채/개운포 고래 울음이 처용을 기다리는//이제 세죽 마을엔 사람들은 오지 않는다/그물코를 꿰매던 어부의 손놀림도/찢어진 삼색 깃발도 수장되고 없었다//폐허를 쓰다듬는 허름한 주막 한 채/아직 떠나지 못한 삐걱 이는 소리들이/갈매기 울음 삭이며 해초 되어 자라난다//헐린 벽돌 틈새 썰물 떼로 덮친 일몰/처용의 빛바랜 넋이 철석철석 몸을 풀 때/실연한 달빛을 불러 별신굿이 곡(哭)을 한다.’(‘개운포사설·1’ 전문)


설화가 깃든 개운포의 하늘은 매연으로 덮혀 온통 잿빛인데 작자는 바다가 사납게 운다고 상실감을 토로했다. 객관적 상관물인 고래 울음 역시 개운포의 옛모습을 희구했으며, 버려진 목선 두엇이 을씨년스런 배경으로 풍광을 그렸다. 이미 인적이 끊긴지 오래된 세죽 마을, 삼색 깃발도 수장됐고, 아직 떠나지 못한 허름한 주막 한 채가 남아 삐걱대는 술상과 의자가 주인과 함께 지독한 세월을 견뎌내고 있다. 주인은 외지에 둥지틀 만한 자금이 없어 이 공해 속에 묻혀 간혹 손님을 맞이하며 겨우 생계를 이어가는 조형미를 가지고 있다.


일찍이 에즈라 파운드는 이미지를 정의하길 심상은 즉각적으로 지(知)와 정(情)을 복합적으로 표현해 놓는 것이라고 했다. 개운포의 파도와 달빛, 처용은 역신에게 아내를 빼앗기고 달밤에 마당에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문명에 의해 침탈당한 처용의 아내와 다름없을 것이다. 이러한 혼용의 동일화가 순간적으로 꾀해지면서 지와 정의 복합작용을 이미지로 형상화 했다. 


조국 근대화의 기치 아래 울산공업단지는 대한민국을 공업대국으로 서게 한 큰 업적도 있었지만, 이에 역비례한 환경 파괴의 맹점들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야근 후 아침 햇살은 희망이 아닌 매연 속 흐릿하게 보이는, 그야말로 빈혈증을 앓고 있는 햇덩이가 아니던가. 아직도 옛조상들의 땅에 새떼들의 날개짓이 매연 실은 바람을 힘겹게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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