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인격체로 학생들을 바라본다면
상벌점제 폐지 후유증 우려할 이유 없어
자유로운 사고방식 교육현장서 존중을 

 

신호현 시인

우리 교육 무엇이 문제인가 다섯 번째로 ‘학생인권과 교권’의 문제를 살펴보자. 지난 11월 3일 학생의 날을 맞아 서울시교육청이 내년부터 일선 학교의 상·벌점 제도를 폐지하고, 휴대전화 사용 등 교칙 제정에 학생 참여 보장하며, 소수자 학생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매년 실시키로 했다고 발표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개선 필요성을 언급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도 당사자 간 화해·조정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교총과 학교 현장은 걱정과 우려를 표명했다. 학생 체벌을 금지하자고 대안으로 내세웠던 상·벌점 제도를 폐지하면 교사로서 학생들을 제어할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우려를 나타냈고, 네이버 기사에 대한 수백 명이 댓글을 통해 ‘학생인권만을 보장하려다 교육을 망치려는 종합계획’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더구나 ‘휴대전화 사용, 머리 염색과 파마등 교칙 제정에 학생 참여 보장하면 학생들은 누가 지도하냐’는 것이다.

그동안 교사들은 학생들을 ‘미성숙한 존재로 보고 성숙한 인간으로 이끌어 주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하며,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의 전통적 교육관에 젖어 학생들을 ‘내 자식과 같은 마음’으로 지도해 왔으나 불과 2012년 학생인권조례의 폭풍에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수업 중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은 교사들의 수업권을 방해하고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기에 금지해 왔고, 교복에 염색과 파마는 불가하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학생지도의 근간이 무너지는 발표라 성토했다.

기존의 가치를 바꾸고 교육을 혁신(革身, 가죽을 벗기는 일)한다는 것은 많은 저항을 불러오는 것이 당연하다. 문제는 학생들을 ‘미성숙한 존재’로 보느냐 아니면 ‘하나의 인격체’로 보느냐 하는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문제이다. 어쩌면 ‘가르치고 기른다’는 교육(敎育)의 정의가 흔들리고 변화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대학생처럼 학생을 ‘하나의 인격체’로 본다면 학생들이 수업 중에 휴대전화를 하든, 태블릿을 하든, 노트북을 하든 존중하게 될 것이며, 머리를 염색하든, 파마를 하든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 내세운 ‘학생인권종합계획’은 학생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학교규정 제정에도 참여해 스스로의 자치 역량을 펴 나가고 교사들은 학생 생활지도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오직 수업역량을 높여 보자는 취지에 있다. 학생들이 수업을 방해하고 학생들 간에 피해 주는 사례에 대해서는 경기도교육청처럼 회복적 생활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변화시켜나가든지 아니면 학교에 경찰을 투입해 강력하게 제제하든지 대안을 모색해 보겠다는 것이다.

수십 년 촌지 근절책을 내세워도 학교 촌지문제로 시끄럽게 했던 학교 현장에 ‘김영란법’ 하나로 더 이상 촌지 문제가 문제가 되지 않듯이 인식의 전환이 혁신이다. 물론 기존 교사들의 관념이 하루아침에 바뀌기 힘들지만 아이들을 인격체로 보고 학생인권을 존중하는 방향은 옳은 것이다. 물론 이에 못지않게 교사들의 수업권, 교권도 존중해야 한다. 우리보다 일찍 학생인권을 실천한 유럽 선진국은 학생들의 행동이 우리보다 자유롭지만 교사들의 수업권이나 평가권을 포함한 교권에 대해서는 엄격히 보장받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 교육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교사들의 혼신의 노력으로 기존의 우리 교육을 잘 이끌어 왔지만 이제는 학생들을 ‘미성숙한 존재’로 보지 말고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학생들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안에 대해서만 지도하고 남는 에너지로 수업 방법 혁신을 위해 쏟아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외국 유학을 선호하는 이유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의 자유로운 행동과 교사들의 다양한 수업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르쳐준 지식만 달달 외우는 교육이 아니라 다양한 생각, 자유로운 사고가 존중받는 분위기가 학교현장에서 존중돼야 한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