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칼럼-감기, 손님처럼 모셔라
 

일교차와 날씨 변화가 많은 환절기 감기로 병원 문을 두드리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신체적으로 체력이 부족한 소아들은 감기합병 등으로 오랜 시간 고생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3~4세는 평생 건강의 관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가 36개월 이전에는 몸무게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걷기나 맛보기, 의사표현을 훈련했다면 36개월 이후에는 키 중심으로 자라면서 여러 발달이 완성되고 환경에 적응하는 체력을 시험받게 된다. 이 때 아이는 일생일대의 큰 변화 앞에 선다. 바로 단체생활이 그것이다. 단체생활을 통해 정신, 체력, 면역학적 이득을 얻어야 할 아이가 감기를 잘못 앓으면서 면역학적으로 이득을 누릴 수가 없게 된다. 이 시기에 기초를 쌓지 못하면 자라면서 면역력을 키우는 게 더뎌진다. 기초가 튼튼하지 못한 둑은 파도에 금세 휩쓸리고 다시 쌓기가 어렵다.

추운 날씨 자체가 감기의 원인은 아니다. 온도가 내려가면 습도가 낮아지는데 장부도 건조해지면 바이러스가 침투하기 쉬워져 감기에 걸리는 것이다. 요즘 같이 난방, 냉방이 잘되는 아파트형 주거공간의 경우처럼 건조한 환경에서는 더욱 심해진다. 너무 고온 건조한 환경보다는 적당히 주위 환경과 맞춰가는 생활 습관이 필요하다.

감기에 걸리면 감기가 지나가는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처음에는 아이가 피곤해 하면서 칭얼대다가 콧물이 나면서 기침을 하게 되고, 열이 나고 식욕이 없어지다가, 점점 체력이 회복되면서 회복기가 되면 열이 내려가고 음식을 다시 먹고, 콧물이 노란색으로 바뀌면서 건강과 활력을 찾게 된다. 이 과정을 온전히 거쳐야 바이러스를 학습하면서 충분한 면역이 생기게 된다. 어떤 단계라도 인위적으로 끊어버리면 면역이 생기다 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면역이 완성되기까지 이 과정을 반복하게 되어 감기가 길어지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변(變)증(蒸)이라 해서 아이가 익어가는 과정으로 본다. 엄마, 아빠가 실수를 하는 결정적인 부분이 여기에 있다. 증상만 없어진다고 감기가 낫는 게 아닌데 콧물 멈추기, 열 내리기에 급급한 부모가 많다. 막상 아이가 고열이 나면 부모마음으로 안절부절 못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한 번 여유를 가지고 아이를 키워보길 권하고 싶다. 당장 증상을 없애자고 미래 건강을 포기할 순 없는 것이다.

쇠가 뜨거운 열을 이겨내고 단단해 지듯이 아이들이 환경을 이겨낼 면역의 완성은 이 열을 어떻게 스스로 건강하게 이겨내느냐에 있다. 감기는 안 걸리는 것 보다 잘 앓는 일이 중요하다. 손님이 오기 전에 집 청소도 하고 몸과 마음도 예를 갖추듯이 감기가 오기 전에 사전에 충분한 점검도 필요하다. 감기가 우리 아이의 건강을 키워주는 손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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