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적 정서 바탕 목판화
유화·드로잉·테라코타 등 60여점

“시름 지친 잔주름살 환희 펴고요 형님 우라질 것 놉시다요 도도동당동”(오윤 작 목판화 ‘형님’에 새겨진 글귀)
한국 민중미술 대표 작가이자 난계 오영수(1909~1979년) 소설가의 장남, 판화가 故오윤(1946~1986년)이 아버지의 고향 ‘울산’에 돌아왔다.

 

울산문화예술회관 초청기획전시 ‘판화가 오윤 회고전’이 오는 19일까지 문화예술회관 제1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다. 13일 열린 개막행사 참석자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울산문화예술회관(관장 진부호)은 13일 문화예술회관 제1전시장에서 초청기획전시 ‘판화가 오윤 회고전’ 프레스 개막행사를 열었다.

작가 오윤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하고 현실과 발언이라는 그룹에서 활동, 리얼리즘 미술을 펼쳐 보였다. 그의 작품은 민족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한 목판화가 주를 이룬다. 흑백 선명한 대비 속에서 대상의 주요 특징만 굵고 강한 선으로 처리, 강렬한 역동성을 부각시킨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 민중미술의 정체성 확립을 주도해왔던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도깨비’, ‘칼 노래’ 등의 판화에서부터 유화, 드로잉, 테라코타 등 다양한 작품 60점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작가의 생전 모습이 담긴 여러 사진들과 직접 사용했던 작업 도구 등이 공개돼 눈길을 끈다. 서울대 재학시절 작업 중인 모습, 대학 동기들과 함께 어울리고 있는 모습, 어머니와 졸업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등 인간 ‘오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들이 마련돼 있다.

이날 오윤 작가의 큰 아들 오상묵 씨는 “처음 보는 가족사진도 이번 전시에서 공개돼 매우 반가웠다”며 “아버지 작품이 울산 전시장에 걸려 정말 기쁘고, 할아버지 고향 분들이 많이 다녀가면 좋겠다”고 전시 소감을 밝혔다.


이와 함께 부자지간이었던 ‘오영수’ 선생과의 추억도 감상할 수 있다. 1979년 부친 오영수 사망 직후 그가 제작한 데드 마스크(Dead Mask)를 비롯해 오영수 선생의 흉상조각까지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다. 아버지 죽음 앞에 큰 슬픔을 삼키며 제작한 데드 마스크는 오 씨 부자지간의 정을 엿보게 한다.

가족 대표로 자리한 김익구(오영수 작가 사위) 씨는 “오영수문학상 시상식 때마다 아들인 오윤 작가를 짚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울산에서 생기길 바랐는데 감사하다”며 “가족으로 함께 지내면서 기억하는 오윤 작가의 모습을 그동안 유족이 보관하고 있던 작품들로 생생히 만나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오영수 선생과 오윤 작가의 유가족을 비롯해 윤광주 고고문물복원연구소장, 이충호 울산예총회장, 이상일 울산사진작가협회장, 이재영 울산서예협회장, 이연옥 오영수문학관장, 진부호 울산문화예술회관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전시는 지난 11일부터 오는 19일까지 9일간 펼쳐지고 있다. 문의 문화예술회관 누리집(http://ucac.ulsan.go.kr) 또는 전시교육팀(226-8251~4). 

 

   윤광주 고고문물복원연구소장
“가깝게 지냈던 벗의 작품
  민족·서정성 단연 돋보여”

“가깝게 지냈던 오윤 작가와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공방을 운영했을 때 자주 왔었습니다. 친구로서 바라본 그의 작품은 민족성과 서정성이 단연 돋보였습니다.”

판화가 오윤의 유년시절부터 줄곧 절친한 사이였던 윤광주(사진) 고고문물복원연구소장은 그를 이렇게 회상했다.

작가는 공방을 운영하던 윤 소장의 작업실에 자주 방문, 흙으로 빚는 테라코타 작업을 열심히 했다고 한다. 윤 소장은 “지금 남아있는 작품들 대부분이 그 때 그 곳에서 작업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오윤이 드로잉에서 목판화로 작업 방식을 바꾼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작가가 늘 하던 이야기가 있었다. 판화를 하게 되면 칼을 가지고 선을 표현해야 되기 때문에, 작품에 칼 맛을 주고 선이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며 친구로서 작품에 대해 함께 고민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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