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 원전사고 ‘적색경보’ 대비 주민보호훈련
해경 307함·해군 고속정 승선
열차에 소방·경찰 헬기도 동원
지정대피소 이동·이재민 등록
‘통합시스템’ 대피소 실황 집계
전체 대피소 실시간 모니터링

14일 울주군 간절곶스포츠파크 등 일원에서 열린 2017 방사능방재 주민보호훈련에 참가한 지역 주민들이 소방헬기를 타고 긴급히 대피하고 있다. 우성만 기자 smwoo@iusm.co.kr

# 오전 10시 4분께 해경 307함과 해군 고속정, 고래바다여행선이 차례로 울산 울주군 온산항 효성부두에 들어섰다. 나란히 부두에 정박한 선박은 각자 승선 준비로 분주했다. 오전 10시 16분께 울주군 서생면에서 출발한 버스가 부둣가에 도착했고, 뒤이어 온산에서 출발한 버스가 들어섰다.

총 6대의 버스에서 내린 200여명의 주민들은 요원들의 안내에 따라 각자 정해진 선박에 차례로 탑승했다. 10시 43분께 구명조끼를 착용한 주민들이 해경 307함에 마지막으로 올라탔다. 10시 56분께 출항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와 함께 이들 선박은 남구 장생포항으로 떠났다.

비슷한 시간 남창역에서는 무궁화열차가 주민들을 태우고 태화강역으로 출발했고, 서생면 간절곶스포츠파크에서는 소방과 경찰 헬기가 날아올랐다.

온산과 온양에서 주민들을 태운 버스 3대는 지정대피소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으로 이동했고, 자신의 차량을 끌고 나온 100여명도 뒤따랐다.

지정대비소인 UNIST 실내체육관에 도착한 주민들은 이재민 등록 절차를 밟았다. 신분증을 스캔하고 웹캠으로 얼굴 사진을 찍자 이름과 주소, 사진이 담긴 등록증이 발급됐다. 모니터에는 전체 대피소의 이재민 현황이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등록증을 목에 건 주민들은 세면도구와 손전등, 호루라기, 담요 등 구호물품을 받아들고 체육관 가운데 모여 앉았다. 체육관에는 원전 사고시 대피요령 등 홍보영상이 상영됐다.

14일 오전 울주군 일대에 진행된 ‘원전주변지역 주민보호훈련’의 장면이다. 전날 신고리 3호기의 이상으로 백색과 청색에 이어 이날 오전 9시 적색 경보가 발령된 상황이 가정됐다. 적색비상이 발령되면 사고 원전에서 반경 5㎞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의무적으로 대피해야 한다. 신고리 3호기를 중심으로 반경 5㎞에는 9,000여명의 울주군 주민이 살고 있다.

이날 훈련에는 육상에 의존하던 예년과 달리 ‘해상’과 ‘항공’ 대피경로가 추가됐다. 각자 차량으로 대피를 시도하는 주민들이 한꺼번에 도로로 쏟아지면 교통은 정체를 넘어 마비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도로를 확충하고 대피 경로를 다각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해상과 항공 경로가 추가된 것이다.

실제 이날 해경 함정에 승선한 장은경(44·여·온양읍)씨는 “사고가 나면 당연히 가족들과 함께 승용차로 대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도로가 꽉 막히면 답이 없을 것 같아 걱정이었다”며 “이번 훈련을 경험해보니 해상 대피가 더 안전하고 신속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훈련에는 ‘통합 이재민 관리 시스템’도 처음 등장했다. 그동안 전체 이재민 수와 현원 등 모든 관리는 수기(手記)로 이뤄졌다. 통합 시스템은 이재민 현황은 물론 구호물품 관리, 대피소 실황 집계 등을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구축됐다.

울주군은 6,600여만원을 들여 개발한 프로그램을 이날 처음 시범 가동했다. 주민들이 ‘이재민 등록’ 절차를 밟으면 군청 상황실에서 각 대피소의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고 군은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은 행정안전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해 15일부터 여는 대한민국 안전산업박람회에도 출품된다.

울주군 관계자는 “이번 훈련에서 미흡한 점들은 개선하고, 처음 선보인 통합 이재민 관
리 시스템을 정비해 만일의 상황에도 철저하게 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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