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도 '내부 총질' 대신 '反 적폐청산' 연대 동참 기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을 찾아 이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있다. 노컷뉴스

여론조작 사건으로 코너에 몰린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현 정부 적폐청산 활동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며 여론전을 부추기자 몸집을 불린 자유한국당도 적극 조응하는 모양새다. 

보수층 결집으로 '적폐청산'이라는 위기국면을 돌파해야 하는 이 전 대통령과 한국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친박청산'을 외치며 구체제와의 단절과 개혁을 외쳤던 한국당이 오히려 'MB 방탄막이 친이(친이명박) 정당'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 MB, 연일 '페북 정치'…보수통합 직접 개입도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바레인 출국길에 안보와 경제를 위해선 국론 통합이 필요한데, 현 정부가 적폐청산을 앞세워 국론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는 "적폐청산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 이런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후에도 이례적으로 페이스북(SNS)에 잇따라 글을 올려 자신의 논리를 강화하고 있다. 13일에는 "대한민국이 오늘날과 같은 성장을 이룩한 비결은 교육과 국민의 단합된 힘"이라고 했고, 14일에도 비슷한 맥락의 글을 게시했다. 

성장과 발전의 근간은 국론 통합이라는 식의 논리로 현 정부의 적폐청산 활동에 대한 우회적 비판 의식을 드러낸 셈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이 같은 여론전에 더해 한국당과 바른정당 부분통합 과정에도 적극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른정당 소속으로 옛 친이계 인사인 조해진 전 의원과 정병국 의원을 비롯한 다수의 관계자들과 만나 한국당과의 통합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설파했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당 행(行)을 택한 조 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최근 이 전 대통령을 찾아뵌 자리에서 들은 말이 당적을 옮기는 데 결정적 작용을 했다"며 "이 전 대통령은 우리 사회와 정치를 걱정하며 야당이 힘을 모아야 한다. 보수가 하나 돼야 한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또 다른 바른정당 핵심관계자는 "상황이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가기 전에도 이 전 대통령은 과거 장관 출신 인사들과 모인 자리에서도 보수 통합의 필요성을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이런 이 전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자신을 향하는 갖가지 물음표에 구체적 해명을 내놓기보다는 여론전과 정계 영향력 행사로 '방탄 정치'를 펼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MB 보조 맞추는 한국당...'국정원 역공 카드' 만지작

바른정당 친이계 인사들을 다수 흡수한 한국당은 이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 메시지를 사실상 옹호하면서 보수진영 결집을 꾀하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때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망신주기식 수사를 했다는 게 노무현 정부 인사들의 주장인데, 지금 똑같이 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여론조작을) 지시를 한 지 여부도 모르는데, 그것을 검찰이 흘리면서 사실상 피의자로 만들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도 14일 페이스북에 현 정부의 적폐청산 활동을 "망나니 칼춤"이라고 표현하며 "좌파 사회주의 경제정책, 5000만 국민이 핵 인질이 된 대북정책, 서민경제 파탄에 우리는 총결집해 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은 적폐청산에 대한 구체적 대응 방안으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과 관련해 역공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유력 인사들에게 국정원에서 특혜를 제공했다는 다수의 제보를 받아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 측도 노무현 정부 당시 적폐 행태를 공개할 수 있다는 의사를 줄곧 내비치는 등 양측의 입장이 통하자 최근의 '보수통합' 조치가 결국 친이계의 부활로 귀결되고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도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이 전 대통령은 탈당한 인사"라며 "MB 입장에 맞춰 우리 당의 스탠스(입장)가 정해지는 것처럼 보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 듯 홍 대표 측은 "따로 MB 측과 따로 만나거나 소통하는 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한국당 핵심관계자는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이 이 전 대통령 측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이명박 정부 첫 민주평통 사무처장 출신이다.

한편 통합 조치에 강하게 반발했던 친박계도 목소리를 아끼는 모습이다. 13일 친박계가 요구한 의총에선 바른정당 의원들의 복당 과정에 대한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됐지만, 나름 침착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의총 요구자였던 이완영 의원은 "우리가 싸우는 모습을 보여서는 한국당의 미래가 없다"며 오히려 화해를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일부 의원들이 수사선상에 오른 친박계도 내부 비판 대신 당력을 모으는 데 협조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친박계의 퇴조와 반문(反文) 친이 정당화'로 요약되는 한국당의 최근 흐름과 관련, 당 관계자는 "이해관계가 어떻게 얽혀있는가를 중심에 두고 의원들의 행동을 보면 정확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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