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들어간 종로의 한 허름한 음식점. 주문하기도 전에 메뉴가 나온다.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주변을 둘러보다 무릎 팍을 친다. 메뉴가 한가지였구나. 옛 어르신들께선 이렇게 말씀하셨다. “한 우물만 파라.”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현대 사회에서 한 우물만 파면 어떻게 될까? 가령,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워크맨(Walkman)의 호황은 그리 길지 않았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보급으로 MP3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일본 소니는 흥행가도를 달렸으나 MP3에 투자를 제때 하지 않았고, 그 길로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한 우물만 파다가 망한 꼴이었다. 

경찰개혁 중 하나인 광역 자치경찰제도는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워크맨이다. 해방 후 우리는 국가경찰제를 시행해 왔다. 국가 경찰제도가 사회 여러 문제해결에 큰 공을 세운 것은 사실이지만  관료주의와 주민들의 눈높이에 미달된 치안공급, 경찰에 대한 불신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야기한 것도 사실이다. 한 우물만 팠지만 국민들의 갈증은 더해 갔다.

갈증 해소를 위한 시도는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부터 시작됐다. 대한민국 첫 자치경찰이 신설된 것이다. 국가경찰의 근간은 유지하되 자치단체에서 자치경찰을 모집하는 유럽식 자치경찰제도를 적용해서 순수한 자치경찰은 아니지만 기존 국가경찰제도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시행 10여 년이 지난 지금 예산이나 수사권 범위 등 해결 해야할 문제는 산재해 있다.

긍정적인 것은 내년 서울과 세종시가 자치경찰 시범실시가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2019년부터는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자치경찰이 전면시행 될 예정이다. 이번 정부에서 자치경찰시행과 수사권이 조정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 동안 경찰이 한 우물만 파왔지만 앞으로는 여러 우물뿐만 아니라 펌프까지 다는 것이다. 

올해는 경찰 창설 제72주년이다. 광역제 자치경찰제도가 맞춤형 치안 서비스로 더욱 소통하는 경찰의 모습을 보여줄 마중물 역할을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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