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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세이 칼럼] 연설의 힘…트럼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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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길 주필
  • 승인 2017.11.15 22:30
  • 댓글 0

일주일 전 35분간의 우리 국회 연설
‘한국 현대사 기적’ 그의 입 통해 들어
정제된 대북 메시지도 큰 울림 남겨

임기응변의 화려한 혀(舌)놀림 보다
진심 담은 말의 힘…소통·설득 이끌어
폭력이 논리 짓밟아도 역사 바꾸는 ‘말’

 

김병길 주필

“한국의 기적은 정확히 1953년 진격했던 지점, 우리로부터 25마일 북쪽까지만 미쳤다” 그리고 “기적은 거기서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체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번영은 거기서 끝나고 북한이라는 감옥 국가(Prison state)가 슬프게 시작된다…” 일주일이 지났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 국회에서 35분간 이어진 연설의 여운은 컸다. 그는 김정은을 향해 “우리를 과소평가 하지 말라. 우리를 시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인천상륙작전에서 폭찹힐 전투에 이르기까지 한·미 장병들은 함께 싸웠고, 함께 죽었고, 함께 이겼다”는 내용도 있다. 여기서 ‘폭찹힐’은 경기도 연천 비무장지대에 있는 천덕산 일대 300m 고지로 낯선 얘기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모양이 미국식 돼지고기 요리 ‘포크 촙(pork chop)’을 닮았다고 붙은 별칭이다. 
1953년 4월 16일 중공군 141사단 201연대 소속 한 개 대대가 이곳을 지키던 미 육군 7사단 31연대 E중대를 기습해 밀고 밀린 전투는 7월 6일까지 벌어졌다. 중공군이 1,500명, 미군이 347명 전사했다. 하지만 군사적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7월 11일 포기했고 7월 27일 휴전을 맞았다.


빌 클린턴 이후 24년 만의 미국 대통령 국회연설은 전세계를 향한 김정은 독재체제 고발장이었다. 한반도 남쪽 대한민국이 이룬 기적에 대해서는 무한한 찬사를 보냈다. 언제부턴가 우리사회에서 입에 올리기 꺼려했단 ‘대한민국의 기적’이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현대사를 우리 교과서가 아니라 미국 대통령 입을 통해 들어야 했다.


그의 연설은 의외로 절제돼 있었다. 표현이 쉬우면서도 문장이 명확하고 간결해 “영어 학습교재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북한 관련 강의 교재에 넣어도 될 수준의 내용들도 많았다. 트위터에 쏟아놓던 ‘화염과 분노’ ‘군사 옵션 장전’ 같은 말폭탄은 없었다. 북한 완전 파괴’를 거론한 유엔 연설과도 크게 달랐다. 정제된 대북 메시지는 오히려 더 큰 울림으로 단단한 결의를 느끼게 했다.


이번 연설문 역시 한국 방문을 수행한 ‘트럼프의 펜’으로 알려진 32세의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극우 성향인 밀러는 작년 대선 때부터 트럼프의 연설문을 써온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린다.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은 1946년 3월 미주리주의 웨스트민스터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평화의 힘(Sinews of Peace)’이라는 주제의 연설을 했다. “발트해의 스테틴에서 아드리아해의 트리에스테까지 유럽을 가로지르는 철의 장막이 처질 것이다.” 처칠의 불길한 예언은 적중했다. 전후의 유럽은 ‘철의 장막’에 의해 동·서유럽으로 분단되었다. 


처칠의 예견력이 놀라웠다면 트럼프의 눈 앞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이해력이 그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웃돌았다. 트럼프의 주제는 ‘힘을 통한 평화’였다. 그는 미국의 막강한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기대어 “평화를 원한다면 항상 강력하라”고 촉구했다. 


‘speech’라는 영어가 동양에서 처음 한자로 번역됐을 때는 演舌(연설)이었다고 한다. 이를 演說(연설)로 바꾼 것은 일본 개화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였다. 演舌은 혀를 놀리는 것이지만 演說은 말을 펼친다는 뜻이다. 그리스·로마 시대 정치는 곧 연설이었다. 임기응변의 화려한 언변을 연상케 하는 설(舌)보다는 소통과 설득을 목표로 하는 설(說)이 스피치 뜻에 훨씬 어울린다.


말의 힘은 대단하다. 폭력이 논리를 짓밟아 도저히 설득이 불가능할 것 같았던 시간 속에서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진심을 담은 호소로 역사를 바꿔 나갔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국가적 무장을 통해 안전보장을 확보하려는 생각은 위험천만한 환상”이라며 핵무기가 초래할 위험을 경고했다. 


미국 대통령은 오래도록 기억되는 명연설을 하나씩 갖고 있다. 민주주의가 무엇인가를 몇 마디로 간결하게 정리한 링컨의 케티즈버그 연설이나, 언론·신앙의 자유와 결핍·공포로부터의 자유 등 ‘네 가지 자유’를 얘기한 루스벨트 등. ‘허풍쟁이’로 통했던 트럼프의 국회 연설은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서 한 연설로는 최고의 명 연설로 남을 것이라니 연설의 힘은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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