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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칼럼] 가을의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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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근 시인·GCS 국제클럽 연구소장·연수원장
  • 승인 2017.11.20 22:30
  • 댓글 0
이병근 시인
GCS 국제클럽 연구소장·연수원장

가을은 오곡백과가 익어가고 추수를 하는 수확의 계절이다. 그래서 다른 계절보다 풍성하고 다채롭다. 또한 본격적인 추수기에 들어서면서 일손이 많이 필요한 바쁜 계절이기도 하다.

대개 추석 무렵까지는 들녘 일이 많지 않지만 추석이 지나면서 벼를 비롯 각종 곡식을 추수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일이 많아진다. 속담에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빈다’, ‘가을 들판에는 대부인마님도 나막신짝 들고 나선다’란 말이 있다. 그만큼 가을엔 일손이 많이 필요한 계절이다. 

그러나 바쁜 가운데도 여름농사에 진력했던 머슴과 일꾼들을 대접하며 휴식시간을 제공하기도 하고, 한가위 때는 풍년이 들게 해준 조상신에게 감사의 뜻으로 새로 난 과실이나 농산물을 올리는가 하면, 가을걷이를 했다는 여유로움에 가을을 즐기며 단풍놀이도 하는 등 세시에 따른 풍속을 즐긴다. 이렇듯 가을엔 모든 것이 풍족하고 다양해서 인간의 감정도 넉넉하고 너그러워진다. 더구나 늦가을과 초겨울에 이르는 시기가 되면 아직은 매섭지 않지만 몸을 움츠러들게 하는 바람과 정처 없이 흩날리는 낙엽과 그리고 을씨년스러운 가을 비속에서 사람들은 누군가가 그리워지고 괜스레 멜랑꼴리해지기도 하고, 센치멘탈리스트가 되기도 한다.

가을의 끄트머리를 잡고 뭉클해지는 것이 뭔지는 설명하기 어려워도 그 감정에 기꺼이 동조하게 된다. 사람들은 낭만이 뭔지는 몰라도 ‘낭만적’ 기분을 직감한다. 그래서 가을을 ‘낭만의 계절’이라고 한다. 낭만은 누구나 경험 할 수 있는 인간의 내적 상태이며, 감정적이고 영적인 접근을 요구하는 인간적 삶의 본질에서 발생하는 의지의 짓이다. 그러므로 낭만은 인간의 영혼과 밀접하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영혼이 죽으면 물이 되고, 물이 죽으며 땅이 된다. 그러나 땅에서 물이 고이고 물에서 영혼이 나온다’ 고 했다.

낭만(浪漫)의 한자는 물결 ‘랑(浪)’과 질펀하다 또는 넘쳐흐르다 를 나타내는 ‘만(漫)’이 결합하여 만든 말로서 두 글자에 물수 변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보면 헤라클레이토스의 변과 무관하지 않겠다. 낭만은 흐르는 물처럼 우리의 영혼을 촉촉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그런 영혼이 더 지혜롭고 인간적이지 않겠는가.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는 생존경쟁을 위해 냉철한 이성적 활동으로 ‘마른 영혼’이 필요하겠지만 때로는 ‘젖은 영혼’이 ‘마른영혼’을 쉬어가게 일상으로부터 건전한 일탈을 제공하는 것도 또한 삶의 의미라고 하겠다. 

‘낭만을 위하여’ 가을엔 누구나 시인이 되거나, 음악가가 되거나, 화가가 되어야 하겠다. 그래서 그동안 먹고 살기에 각박했던 압박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나’만의 문화를 꽃 피워야 하겠다. 사람 냄새 나는  벗들과 바람 자는 골목 주막에 둘러앉아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좀 낡은 감성이면 어떤가, 좀 촌스러우면 어떤가, 임지훈(통키타 가수)의 ‘꿈이어도 사랑 할래요’를 열창해보자.

또 사랑하는 연인끼리 가을밤을 숨 몰아쉬는 찻집에 들어 ’요하네스 브람스‘의 주옥같은 가을 음악을 지글거리는 LP판으로 감상해보자. 일삼아서라도 시간을 내어 가족들과 둘러 앉아, 영화 속 내용 배경은 미국 몬태나주이지만 실제 영화 촬영은 캐나다 알버타주 로키 산맥의 가을을 배경으로 한 명화 ‘가을의 전설’에서 열연한 브래드 피트, 안소니 홉킨스로부터 전개되는 진정한 가을의 색감과 광활한 가을 풍경을 감상해보자. 

가을의 고전적 의미와 가을이 가지는 풍류와 낭만의 의미를 고서를 통해서 읽어 보는 것도 ‘나’의 영혼을 촉촉하게 만드는 낭만적인 작업이다.

옛 사람들은 봄을 ‘청춘(靑春)’이라 해서 청색을 선호했고 여름은 ‘주하(朱夏)’ 즉 붉은색이며, 가을을 ‘백추(白秋)’라 해 흰색을, 겨울은 ‘현동(玄冬)’이라 해서 검은색으로 각기 계절을 색으로 정했다. 제정일치 고대 국가에선 모든 의식에서 이 계절색이 철저히 지켜졌다.

‘여씨춘추(呂氏春秋)’에 가을이 되면 천자는 음양오행설에서 풀어낸 가을방위인 서쪽(白虎)에 기거하면서 흰색으로 장식한 수레를 타고, 검은 갈기를 가진 흰말이 수레를 끌게 하고 흰색깃발을 수레에 꽂고 흰색패물을 두르는 등 철저히 계절 색에 순응 했다.

이런 옛 사람들의 가을 색깔은 현재 우리에게 상징되는 황금색과 그 의미에서 큰 차이가 있다. 황금색이 가을을 상징하는 시각적과 곡식과 모든 열매가 익어 결실을 맺는 풍요를 표현한 것이라면 백색은 무엇이든 흰색을 띤 것은 생명의 본성을 가지고 있다고 했듯 가을의 본질은 흰색으로서 밝고 깨끗하고 모든 사물을 투명하게 드러내 오히려 그 내면은 미래지향적 생명을 숨겨 놓고 있을 것이라 짐작 할수 있겠다. 고서에서 말하는 백추는 모든 생명은 ‘가을에서부터 시작’이라는 지극히 순수한 자연철학의 의미이며, 풍류와 낭만의 묵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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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근 시인·GCS 국제클럽 연구소장·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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