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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칼럼] 애국 가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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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길 주필
  • 승인 2017.11.21 22:30
  • 댓글 0

허리병에는 구리반지, 속병엔 관음(觀音) 반지, 부모 병환에는 용이 새겨진 용가락지를 끼워드리는 것이 효도였던 시대가 있었다. 용띠 해에 용이 새겨진 금반지를 부모에게 해드리면 병 없이 장수한다 하여 용띠해에는 금값이 올랐던 때도 있었다.


주의해야 할 가락지의 용도로서 보험 기능을 들 수 있다. 지정학적으로 강대국 틈에 끼어 외난(外難)이 잦았고 기후가 한난(寒暖)의 양극 기류 틈에 끼여 흉년이 잦았다. 강대국이 요구하는 잦은 처녀 공출에 언제 끌려갈지 몰랐기에 이에 대비해 환금성이 용이한 가락지를 은밀히 모아 가졌던 내방 전통도 있었다.


옛 몽골에서는 반지의 별칭이 고려양(高麗樣)이었다. 몽골의 침입 때 마다 대거 납치 당해 간 고려 부녀자들이 간직하고 갔던 보신(保身) 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식 등 통과의례 때 금·은 가락지 등 금붙이를 주고 받는 것도 위기에 대처한 전통적 지혜에서 비롯됐다. 


한말엔 팔도 부녀자들이 나라 빚을 갚고자 장롱 속에 숨겨뒀던 반지를 꺼내 탈지환(脫指環) 운동을 벌였다. 보신 반지를 보국(保國) 반지로 승화시킨 것이다.


1997년 11월 21일, 한국 경제가 외환 위기에 빠져 정부는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신청을 결정했다. 이른바 ‘IMF 사태’는 ‘제2의 경술국치’로까지 불렸다. 무능한 정부와 차입 경영에 빠진 기업이 나라를 치욕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말았다.


그해 12월 새마을부녀회의 ‘애국 가락지 모으기’ 행사 등 외채를 갚기 위한 금 모으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수많은 사람이 장롱 속 돌반지와 금패물을 꺼냈다. 해고 태풍 속에서 243만 명이 참여해 벨기에의 국가 보유고와 맞먹는 금을 모았다.


그런데 ‘외환 위기 20년’을 맞은 지금 어느 여론 조사에서 38%가 다시 외환위기가 오면 ‘금 모으기’ 같은 고통분담에 동참않겠다고 응답했다. 동참하겠다는 응답(29%)을 훨씬 앞서고 있다. 그사이에 사라진 공동체 의식을 탓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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