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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오피니언 아침을 여는 시
[아침을 여는 시] 김장하는 날
17면 기사보기 신문보기 JPG / PDF
  • 김자미 시인
  • 승인 2017.11.21 22:30
  • 댓글 0

할머니들 둘러앉아
이집 저집
하하 호호 웃음 조미료 뿌려가며
배추를 버무린다.

봉이 아재 새 장가 간 일
진구네 삼촌 취직 못한 일
며느리 흉, 아들 딸 자랑
실몽당이 같은 할머니들 이야기
돌돌 말아 항아리에 담는다.


갓 삶아낸 수육
쭉 찢은 김치에 싸
만재 할아버지 오며 한 입
민영이 이모 가며 한 입
혓바닥 불났다 호호거리며
나도 한 입

엄마는 가져갈 김치통 쌓고
집집마다 맛볼 김치 봉지봉지 담고

김장하는 날은
할머니집 잔칫날이다.

 

김자미 시인

◆ 詩이야기 : 우리 집 김장 하는 날은 명절 못지않다. 흩어져 살던 자식들이 어머니가 사는 시골에 모인다. 어머니는 며칠 전부터 김장 준비로 분주하다. 봄에 담근 멸치젓에 햇볕에 말린 고추, 마늘, 생강, 찹쌀풀, 등 양념을 버무려놓는다. 저며 놓은 배추 물이 빠질 즘이면 자식들이 들이닥치는데, 이미 동네 아지매들이 고무장갑을 끼고 빙 둘러 앉았다. 자식들은 사 온 고기를 삶고, 김치통을 나른다. 막걸리를 내오고 잘 삶은 수육에 손으로 쭉쭉 찢은 김치만으로도 푸짐한 한 상이다. 이런 정겨운 풍경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허리가 굽고 기력이 딸린 어머니에게 너무 힘든 일이다. 잔칫날 같은 정겨운 풍경은 아니더라도 김치를 담가 먹을 줄 아는 젊은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 약력 : 2016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월간 <어린이와 문학> 동시 천료. 동시집「달복이는 힘이 세다」, 설화집「옛이야기 밥」(공저)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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