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첫 재판…주범 "심신미약" 주장…공범 "주범 말 계속 불일치"

인천 초등생 살해' 10대들, 항소심 첫 재판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주범인 10대 소녀 김모양과 공범 박모양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첫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8세 여자 초등학생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사실상 법정 최고형을 선고받은 10대 주범이 항소심 첫 재판에서도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본인의 정신을 재감정해달라고 주장했다. 심신미약은 감형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1심 중형을 낮추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주범 김모(17)양 측은 22일 오전 서울고법 형사7부(김대웅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기일에서 "사건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음을 원심(1심)은 인정하지 않았는데 피고인의 병력과 미성년자란 사실 등을 감안하면 원심 형은 지나치게 무겁다"고 주장했다.

김양 측은 1심에서 자폐성 장애인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심신이 미약한 상태였음을 주장해왔다.

김양 측은 "단순히 정신 감정서로만 알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면서 정신병력이 있었을 때부터 그를 장기간 치료해온 의사와 수사 단계에서 정신감정을 했던 전문의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다만 이들이 공개 재판을 불편해한다며 비공개 재판을 요청했다.

이에 검찰은 "애초 김 양이 환청을 주장하는 바람에 잘못된 전제사실에 의해서 감정 결과가 나왔다"면서 "이 내용을 다시 듣는 것이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또 "계획범죄라는 (사건) 성격 등을 볼 때 심신미약은 법원에서 독자적으로 판단 가능하며, 행위통제능력과 사물 변별능력이 미약하다는 것은 기록만 봐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양 측은 "전제 사실이 틀렸다면 전문심리위원을 선정하든지 재감정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맞섰다.

또 "피고인을 만나서 얘기해보면 일반적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여러 가지가 나온다"면서 "상식에 비춰 판단하기보다 전문가 감정을 받고, 이 사건에서 정신상태 등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살펴보는 게 필요한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김양을 면담한 사람 입장에서 상황에 대한 증언을 듣는 것은 필요하다"며 이들 2명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재판 비공개 여부는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의료 등 전문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심리위원을 지정해 의견을 듣기로 했다.

애초 살인방조·사체유기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가 재판에서 방조범이 아닌 살인범으로 인정된 공범 박모(19)양 측은 1심이 사실을 오인했고, 양형이 부당하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박양 측은 "김 양과 공모한 사실이 없다. 실제 일어난 일이란 것을 인식하지 못했고, 가상의 상황에 대한 것으로 인식했다"고 주장했다.

"1심에서는 김양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봤지만, 사실과 다르다"며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구체적 실행에 가담하지 않았고 초범이며, 여러 우울증, 공황장애 상태에 있던 점을 고려해 형을 감형해달라"도 했다.

또 "김 양의 진술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한 번도 일치한 적이 없다"면서 주범이자 공범인 김양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김 양과 박 양은 연두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차례로 들어왔다. 둘은 자리 한 칸을 띄운 채 나란히 앉아 재판부를 바라보고 피고인석에 앉았다.

뿔테 안경을 쓰고 고무신을 신은 김 양은 재판 내내 고개를 푹 숙이고 발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재판에 집중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머리를 낮게 묶고 운동화를 신고 역시 뿔테 안경을 쓴 박 양은 재판부와 검사를 빤히 쳐다보며 그들의 말을 새겨듣는 모습이었다.

박양 측에선 대형 로펌 변호인 12명 중 3명이 참석했다. 김 양 측은 변호인 1명이 나왔다.

검찰 측에선 수사와 1심 공판 전 과정을 담당했던 나창수 서울중앙지검 부부장이 참석했다.

김양은 올해 3월 29일 인천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초등학교 2학년생 A(8)양을 자신의 집으로 유괴해 살해한 뒤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하고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박양은 김양과 살인 범행을 함께 계획하고 훼손된 A양 시신을 건네받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인천지법은 9월 김양과 박양에게 각각 징역 20년과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양은 만 19세 미만에게 적용하는 소년법 대상자여서 공범보다 형량이 낮게 나왔다. 징역 20년은 사형·무기징역 대상이 아닌 소년범에게 내릴 수 있는 법정 최고형이다.

다음 재판은 내달 20일 오후 2시 30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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