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든 학창시절 견디고, 올해 수능
- "의대 꿈, 쉽지 않지만 노력해야죠"
- 9년 흘러.. 조두순 얼굴도 가물가물
- 포악성 심각, 얼굴이라도 공개해야
- 수능 끝나고 하고싶은 일? "온천여행"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나영이 아버지  

 

어제 치러진 2018 대학수학능력시험. 다행히 지진 없이, 아무 탈 없이 잘 끝이 났습니다. 수능이라는 게 수험생 누구에게나 의미가 깊은 날이겠죠. 하지만 지금 연결할 이분께는 유난히 더 의미가 깊은 날이 될 것 같습니다. 바로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 나영이 아버지입니다. 나영이도 올해 수능을 치르고요. 이제 내년에 합격하면 어엿한 대학생이 되는 건데요. 사실 얼마 전에 조두순의 출소를 막아달라 하면서 수십만 명의 국민이 청와대에 청원을 하기도 했죠. 지금부터 나영이 아버지, 연결을 해 보겠습니다. 보호를 위해서 저희가 음성변조를 하기로 했다는 점 여러분 양해를 좀 해 주시고요. 만나보죠. 아버님, 안녕하세요. 

◆ 나영이 아버지> 안녕하세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현정>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수고 너무 많으셨어요.  

◆ 나영이 아버지> 제가 뭐… 수고할 것 있나요. 아이가 참 힘든 학창시절이었어요. 그래도 의젓하게 무사히 잘 치르고 친구들하고 이렇게 재미있게 놀다 와서는. 보편적으로 쉬웠다고 하는데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나영이. 쉬웠다고 그래요, 시험? 잘 본 거네요, 그러면? 

◆ 나영이 아버지> 오히려 안심시키려고 그러지 않았나 그런 생각도 들고 그래요. 

◇ 김현정> 저는 진짜로 잘 봐서 잘 본 거라고 하면 좋겠는데요? 

◆ 나영이 아버지> 짐작은 그렇게 하고 있는데요. 그래도 기죽지 않고 무사히 치르고 왔다는 데 또 안도감이 들고 그렇습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 김현정> 제가 올 여름에 나온 언론보도를 보니까 우리 나영이가 의대에 진학해서 같은 피해를 겪은 사람들, 신체적인 어려움 겪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 이런 기특한 소망을 얘기했다는 그 꿈은 여전한 건가요? 

◆ 나영이 아버지> 그 꿈은 본인 스스로도 약속한 만큼 지키려고 노력을 하는데 그게 녹록지 않다는 걸 본인도 깨닫고. 너무 힘든, 이 아이한테는 전쟁이다시피 하죠. 

◇ 김현정> 전쟁이다 싶을 정도였어요, 공부하는 상황이? 

◆ 나영이 아버지> 표현을 이렇게 하면 아마 이해가 되실 거예요. 설사병 걸린 사람. 그래서 생활하는 데 굉장히 힘들고 아마 어제 수능 보면서도 화장실을 가야 되는데 아마 못 가고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 김현정> 계속해서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야 되는 상황이니까 공부할 때 집중하는 게 중요한데 자꾸 집중이 깨지고 남들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공부를 버텨냈네요, 이 수험 생활을. 

◆ 나영이 아버지> 아이가 그렇게 힘들면서도 학교를 어떤 때는 컨디션이 안 좋으면 쉰다고 할 법도 한데 한 번도 결석한 적이 없어요. 

◇ 김현정> 몸 상태가 그런데 한 번도 결석이 없어요? 

◆ 나영이 아버지> 네. 

◇ 김현정> 의지력이 대단하네요, 나영이. 

◆ 나영이 아버지> 그래서 정말 저도 그런 생각은 들어요. 의지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진짜 의대를 보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은 하는데. 

◇ 김현정> 저는 어떻게 해서든지 나영이가 의대 가서 여러 아픔을 겪는 사람들 마음을 헤아리면서 보듬어주는 이런 치료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꼭. 

◆ 나영이 아버지> 하여튼 노력하겠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나저나 대학 진학보다도 사실은 아버님이 더 간절하게 바라시는 것은 가해자 조두순의 조기 출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 그거죠, 아버님? 

◆ 나영이 아버지> 저도 그걸 그때 당시 (이귀남) 법무부 장관께서 그 말씀을 하셨어요. 저는 그걸 믿고 있었어요, 지금까지. 

◇ 김현정> 법무부 장관이 조기 출소를 반드시 막겠다라는 약속을 했다는 거죠? 

◆ 나영이 아버지> 네. 그게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참... 가슴이 정말 찢어집니다. 

◇ 김현정> 사실 국민들조차도 지금 혹시라도 조두순이 출소해서 우리 동네, 우리 옆집으로 이사오면 어떡하냐. 이런 불안감을 호소하세요. 그런데 나영이 아버님이 느끼는 공포라는 건 어느 정도일까 이게 사실 상상이 잘 안 될 정도입니다. 

◆ 나영이 아버지> 저 역시도 재판 때만 봤지 이 사람이 출소됐을 적에는 옆에 와서 같은 자리에 앉아 있다 할지라도 저도 몰라볼 정도로 변할 건 분명한 사실이에요. 그러면 그런 범죄자는 사실은 공개를 해 줘야 되는 거예요. 

◇ 김현정> 얼굴 공개를 좀 해 달라. 그러니까 지금 국민들만 얼굴을 모르는 게 아니라 아버님도, 나영이도 조두순 얼굴을 정확히 모르시는 거군요? 

◆ 나영이 아버지> 벌써 9년 아닙니까. 머리를 짧게 깎는다든가 염색을 한다든가 하면 어떻게 알겠습니까, 모르지. 

◇ 김현정> 얼굴도 모르는데 이 사람이 어디서 무슨 해코지를 할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는 말씀이세요. 

◆ 나영이 아버지> 이 사람의 포악성이라는 것은, 정말 그 사람을 직접 들어보고 범죄사실을 보지 않으면 몰라요. 정말 포악하기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도 저희 아이 응급실에서 봤을 때 그 얼굴은 정말.. 제 입으로 다 표현을 못할 정도로 엉망으로 만들어놨었어요. 

◇ 김현정> 나영이를. 

◆ 나영이 아버지> 그 어린아이를. 그 큰 주먹으로 그 어린아이를 팼는지. 이렇게 표현하면 좀 뭐하겠지만 눈의 충혈이, 눈인지 딸기인지 모를 정도였었어요. 
 

청송제2교도소 수감 중인 주두순 CCTV 화면

◇ 김현정> 눈인지 딸기인지 모를 정도로 눈이 그냥 충혈돼서 퉁퉁 부어 있었어요, 맞아서? 

◆ 나영이 아버지> 네, 맞아서 그 눈동자가 혈관이 터졌다고 그러죠. 

◇ 김현정> 그때 나영이가 지금 8살이었던 나이잖아요. 

◆ 나영이 아버지> 그렇죠. 

◇ 김현정> 성폭행 사실은, 그 끔찍성도 우리가 잘 알고 있습니다마는 얼굴도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맞은 건 잘 몰랐거든요. 

◆ 나영이 아버지> 저도 제 딸인지를 모를 정도로 그렇게 아이 얼굴을 엉망으로 만들어놨었고요. 그렇게 잔인한 범죄자를 방치한다면 이건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에요. 

◇ 김현정> 아버님, 그런데 지금 법이 말입니다. 이미 판결이 내려진 사안에 대해서 다시 재판할 수가 없대요. 일사부재리 원칙 때문에. 최대한 할 수 있는 방법이 전자발찌 채우는 것 그리고 사후 감독을 철저히 하는 것. 뭐 그 정도랍니다. 그 얘기는 들으셨죠? 

◆ 나영이 아버지> 네, 들었습니다. 

◇ 김현정> 추가적으로 할 수 있는 걸 찾아서 지금 해야 되는 건데 이게 어떤 방법들이 가능할까요? 

◆ 나영이 아버지> 전문가분들도 어떤 대책을 못 내놓고 있는데 저라고 특별한 방법이 있겠습니다마는 찾아보면 분명히 있을 겁니다. 이중처벌이란 얘기가 나올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 불안감을 정부에서는 이번 기회에는 정말 좀 내놓는, 그런 정부가 됐으면 하고 바랍니다. 

◇ 김현정> 사실 애초에 이런 사태가 오게 된 게 검사의 구형량이 너무 낮았던 데다가 재판부도 조두순이 음주 때문에 심신이 미약해졌다고 주장하는 걸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감경을 하면서 이런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형이 나온 건데요. 그러다 보니까 아버님께서 더 정부가 대책을 세워야 되는 것 아니냐라고 주문을 하고 계신 겁니다. 가명입니다. 나영이의 아버지 지금 만나고 있는데요. 나영이 대학 가면 뭐 하고 싶다고 아버지한테 그러나요? 

◆ 나영이 아버지> 그전에는 목욕을 가고 싶다고 해서 온천으로도 데리고 다니고 그랬어요. 

◇ 김현정> 목욕? 왜 목욕을 골랐을까요? 

◆ 나영이 아버지> 아마 모든 걸 좀 씻어내고 싶었던 그런 마음이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을 해요. 그때 당시만 해도 배변 주머니를 차고 있었기 때문에 대중목욕탕은 못 가고 그랬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그런 것도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이제 대학생이 되면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사회에 첫발을 딛는 학생이니까 열심히 공부하면서 또 좋은 일도 많이 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을 해요. 

◇ 김현정> 그러면 이제 대학 시험 치뤄놓고 이것저것 절차 마치고 나서 아버님, 나영이 데리고 온천여행 한 번 가셔야겠네요, 제일 먼저. 

◆ 나영이 아버지> 그래야 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홀가분하게. 나영이 오늘은 좀 푹 자겠죠? 

◆ 나영이 아버지> 아마 좀 자고 나면 친구들하고 자유롭게 놀지를 못했잖아요. 친구들을 그렇게 좋아해요. 

◇ 김현정> 나영이한테 한마디 해 주시겠어요, 못다 한 말? 얼굴 보고도 못하는 말. 

◆ 나영이 아버지> 정말 지금까지도 잘 이겨내고 공부하느라고 고생 많이 했는데 앞으로 두 팔 쫙 벌리고 용기 있게 하고 싶은 일 다 하면서 꼭 소원 이루라고 빌고 있고 그렇게 말을 해 주겠습니다. 

◇ 김현정> 저도 함께 빌겠습니다, 아버님. 꼭 좋은 소식 들려주세요. 

◆ 나영이 아버지>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생 많이 하셨고요. 오늘 고맙습니다. 

◆ 나영이 아버지>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 김현정>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죠. 가명입니다. 나영이의 아버지 만나봤습니다. 보호 차원에서 저희가 음성변조를 했다는 점 여러분들께 말씀드리죠. 나영이 아버지였습니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