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김관진 전 국방장관이 구속 11일만에 석방됐다.  
법원에서는 지난 11월 11일 "주요 혐의인 정치관여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지만 11일만인 11월 22일 "피의자의 위법한 지시 및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 정도 등에 비춰볼 때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속적부심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김 전 장관 석방이후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이름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 뉴스]에서는 ' 김관진 전 국방장관 석방에 왜 우병우 이름이 거론되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이름이 왜 거론되는 거냐?

= 김관진 전 장관의 구속적부심을 받아들여 석방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인 형사51부 신광렬 부장판사가 우 전 수석과 너무나 닮은꼴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트위터에 "신광렬 판사와 우병우는 TK동향, 같은 대학, 연수원 동기, 같은 성향"이라면서 "왜 배심제, 참심제 등 사법절차에 국민 참여 확대가 필요한지 절실하게 느끼게 한다"는 글을 올렸다.

실제로 확인해보니 두 사람은 경북 봉화 출신으로 고향도 같고 서울법대 동기이고 사법연수원 19기로 동기다. 특히 19기 동기들에게 확인해보니 그냥 동기가 아니라 연수원에서 반과 조까지 똑같았다고 한다.

그리고 평소에도 아주 각별한 사이라는 게 두 사람을 아는 법조인들의 얘기다.

▶ 아주 가까운 사이라는 건 알겠는데 그것과 김관진 전 장관 석방과 무슨 관계가 있나?

= 몇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송영길 의원의 언급대로 성향이 비슷하다거나 서로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고 하는 주장도 있지만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없다. 

다만 김관진 전 장관은 '보수의 아이콘'처럼 포장되었고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나름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여러곳에서 제기되면서 그런 추측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법원에서는 "'우병우 사건'과 '김관진 사건'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명박 정권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온라인 여론조작 활동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적부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김관진 석방에 우병우 이름이 거론되는 이유는 뭔가?

= 첫 번째는 박근혜 정부에서 우 전 수석의 역할이 워낙 지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의혹은 계속 불거지고 있는데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를 청와대로 불러 CJ E&M을 불공정거래 행위에 따른 공정거래법 위반의 공범으로 CGV와 함께 고발할 것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우 전 수석은 또 최근 국정원의 자체 조사에서 각종 불법사찰에도 깊숙이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 재차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우 전 수석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과 이광구 우리은행장,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문체부 간부 등의 사찰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문화예술인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의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도 새롭게 받는다. 검찰은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으로부터 우 전 수석의 지시를 계기로 국정원이 문체부와 긴밀한 공조 체제를 갖추고 블랙리스트를 관리하게 됐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파면 팔수록 우 전 수석관련 의혹이 늘어나고 있다.

두 번째는 법원이 유독 우병우 전 수석에게만 관대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23일 국회 법사위 현안질의에서 우 전 수석에 대해 '2500만분의 1의 사나이'라며 "조만간 또 구속영장이 청구될 듯한데 언제까지 신기원을 이어갈지 두고 볼일"이라고 밝혔다. 

조응천 의원은 "며칠 전 우병우는 처가인 삼남개발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기각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것 말고도 올해 우병우는 2회에 걸쳐 구속영장이 기각되었고, 또 2회에 걸쳐 통신사실조회영장도 기각되었다. 청구되는 족족 모조리 기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수학적으로 계산해보면, 구속영장 기각률은 약 19%인데 쿨하게 20%로 올려줬다. 통신사실조회영장 기각률은 약1%, 압수수색영장 기각률도 약 1%, 구속영장 기각 2번, 통신사실조회영장 기각 2번에 압수수색영장까지 연달아 기각될 확률은 2500만분의 1"이라며 "대한민국 성인 중 단 1명의 확률"이라고 덧붙였다.

유독 우병우 전 수석에게만 약한 모습을 보이는 법원이 이번 김관진 전 장관 구속적부심에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걸 보면서 우 전 수석이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앞서 설명한 대로 우 전 수석과 김관진 전 장관의 구속적부심 신청을 인용한 신광렬 형사수석부장판사가 워낙 닮은데가 많은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법조계에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와 영장전담판사, 국정농단 재판을 맡은 형사합의부 부장판사 등을 '알박기' 하듯이 이른바
'양승태 키즈'들로 임명하고 퇴직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 김관진 전 장관의 석방이 이례적인 일인가?

= 그 점에 대해서는 법조계뿐아니라 법원내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반응이다. 수도권지역에 재직중인 판사들에게 물어보니 11일만에 특별한 사정변경도 없는 상황에서 구속적부심을 받아들인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었다.

특히 증거인멸의 우려가 높다는 의혹이 제기되지만 법원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8월 말 김기현 전 총괄계획과장이 '김 전 장관의 개입'을 언론에 폭로한 다음날 김 전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이 그와 세 차례 통화하고, 이태하 전 단장의 주거지 압수수색 직후에도 김 전 장관이 그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김 전 장관이 공범들과 증거인멸을 위한 말맞추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조사를 앞두고 다른 조사 대상자에게 연락해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는 것은 본능의 영역"이라고 항변한 김 전 장관 쪽의 손을 들어줬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 법원은 어떤 입장인가?

= 법원에서는 구속영장을 발부할 당시의 상황과 구속적부심을 심사할 때의 상황이 변했다는 입장이다.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판단을 구속시점이 아니라 구속적부심 심사 시점에서 다시 판단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11일만에 그렇게 정반대로 판단이 바뀔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또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다'는 검찰의 반발에 대해 "검찰 구속기간 20일 중 절반이상인 11일이 지났다. 사정변경이 없다는 건 그동안 수사 안하고 놀았다는 얘기가 된다"면서 "그동안 참고인 진술도 받았고 압수수색도 추가로 진행됐는데 사정변경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반박했다. 법원에서는 사정변경이 없다는 프레임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법원이 그동안 해온 걸 보면 '사정변경'은 합의를 하거나 고소가 취하되거나 하는 그런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어야 구속적부심을 인용하거나 보석을 허가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구속기간 20일 중 절반인 11일이 지났고 참고인 진술과 추가 압수수색이 진행됐다는 이유만으로 석방한 것은 의아스럽다. 

법원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하면서 사실상 재판을 하듯이 엄격하게 심사를 해서 영장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그런데 민주주의 근간을 흔든 선거에 개입한 중대한 사안에 대해 '불구속재판 원칙'을 내세우면서 구속적부심으로 다시 풀어주는 건 법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납득이 안 되는 일이다.

'이현령비현령'이라는 말이 이럴때 사용되는 것 아닐까? 

신광렬 형사수석부장판사에 대해 개인적인 성향을 문제삼거나 구체적인 증거도 없이 우병우 전 수석과의 친분을 거론하거나, 인적사항을 근거로 의혹을 제기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그런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건 분명하다. 

▶ 부하들은 구속됐는데 장관은 석방된다? 김관진 장관은 자신의 책임이라고 하지 않았나?

= 김 전 장관은 지난 11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는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 22일 열린 구속적부심사에서는 부하들에게 책임을 미루며 자신의 구속이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이 법원에 제출한 '구속적부심사 청구' 문건을 보면 "비록 피의자가 최종적인 지휘·감독 책임자라는 사정을 고려해 보더라도 이태하 전 사이버사 심리전단장 및 연제욱 전 사이버사령관에 비해 죄질이 나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부하들인 이 전 단장과 연 전 사령관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은 점을 들어 김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 수사가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김 전 장관 측은 또 "심리전단 부대원들은 약식기소되거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등 이 전 단장이나 연 전 사령관보다 중한 처벌을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덧붙였다. 

영장심사에서 "이 사건이 죄가 된다면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고 부하들은 잘못이 없다"던 김 전 장관의 말과 정반대인 것이다. 심리전단 부대원들은 2013~2014년 군 검찰단 수사에서 "김 전 장관이 댓글 공작을 보고받았다"고 진술했지만 당시 현직 장관이던 김 전 장관을 상대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총론에서는 '내탓이오'를 했지만 각론의 구체적인 책임부분에서는 '부하들 탓이오'를 외친 것이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 장관이 보고를 받았다는 건 지시했다는 것 아닌가?

= 군대의 명령체계상 그게 맞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은 "사이버심리전을 지시했을 뿐 정치관여 댓글 작성 등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거나 "대응작전 결과 등을 보고받고 'V'자로 결재한 것을 두고 정치관여에 해당하는 댓글 작성을 지시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국방장관에게 보고를 한 뒤에 집행한 일들을 장관이 책임이 없다고 한다면 그게 군대일까? 장관이 보고를 받는다는 건 지시했다는 것이고 책임을 져야할 사안인 것이다. 법원이 군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판단하는 건 중대한 오류가 될 수 있다.

김관진 전 장관을 두고 '김정은이 가장 무서워 하는 군인'이라고 주장을 하는 세력들이 있지만 미국에서 2차대전의 영웅인 맥아더나 아이젠아워 장군이 군인들을 동원해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다면 어떻게 될까? 전쟁영웅이니까 봐줄까? 더 무거운 책임을 물을 것이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의 선거 개입 정황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단서까지 확보했다. 김 전 장관은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단계별 대응책을 수립한 문건을 보고받고 결재했다. 이 보고서에는 총선일을 '디데이'로 놓고 '중도오염 차단', '우익결집 보호' 등 5단계 선거개입 전략이 담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김관진 전 장관 석방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향하던 수사에 차질이 빚어지게 되는 거냐?

= 검찰은 그동안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런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에 '수사차질'이라고 단정적으로 언급하기는 성급해 보인다. 

그렇지만 MB로 향하던 검찰수사에 빨간불이 켜진건 맞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MB로 향하던 검찰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고 검찰의 한 관계자도 "김관진이 MB로 가는 길목이었으니 아무래도 시간이 더 걸리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관진 전 장관은 안보실장으로 있으면서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고 보수의 아이콘처럼 행세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가장 핵심인 정치관여와 선거관여 혐의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지만 군산복합체들의 최대의 로비대상이라는 의혹이 있는 만큼 추가의혹에 대한 수사 차질이 예상되는 건 사실이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김관진이 혐의가 중요한게 아니라 전반적인 세력판도에서
국정원이나 군인들의 선거개입 관련 등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범죄에 대한 수사와 처벌의 분위기에 고추가루를 뿌리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보수성향의 신문들이 앞장서서 김관진 띄우기에 앞장서더니 사정변경이 없는데도 구속적부심을 신청하고 법원이 이례적으로 석방을 결정하는 과정이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이 얽혀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법조계에서는 '구속적부심 신청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다. 사전에 교감이 있지 않고서는 적부심을 신청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법원이나 검찰관계자들의 분석이다.

▶ 김 전 장관의 석방이 재판에서 무죄를 예상하는 보도도 있던데 그런거냐?

= 그런 보도가 나오는 이유는 법원이 구속적부심을 인용하며서 "범죄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이 석방되자 공범으로 함께 구속된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이 자신도 풀어달라고 검찰에 요구하다 법원에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그렇지만 법원에서는 다르게 설명한다. 법원관계자는 "김관진이 무죄라던가 아니면 종전의 구속결정 자체가 잘못됐다는 이런 관점은 아니다"면서 "석방시점에서 봤을 때 계속 구속을 유지시켜야 될만한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느냐의 입장에서만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검찰은 수사의 성패여부를 구속이 유지되느냐만으로 판단받고 싶어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이영선 전 경호관은 영장이 기각됐지만 실형이 선고돼 형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김관진 전 장관에 대해서도 "영장에 기재된 혐의에 대해서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다고 본 것 뿐"이라며 "이 사건에서는 증거가 확보됐다고 보기 때문에 구속적부심이 인용된 것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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