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가 세월호 맡긴 해수부 관료들, 새 정부 '왕따몰이' 나섰나 

 

 

 

세월호 유골 은폐 파문은 특정 공무원의 돌발 행동이 아닌 세월호 수습을 맡은 현장 관료들의 조직적인 보고 누락 행위로 드러났다.

심지어 장관의 통보 지시까지 묵살하고 관련 사실을 은폐해 정권 교체에 이은 '관료 적폐 청산'이 시급하다.

◇ 유해 발견 보고 늦을 수 있다? "보고 의무 어긴 불법 소지 있어"

지난 23일 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세월호 유골발견 은폐' 의혹에 대한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20일 월요일 저녁 무렵 (유골 발견 사실을)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20일은 유해를 발견한 17일로부터 사흘이 지난 시점이다. 일각에서는 업무 도중 자연스레 보고가 늦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동안 세월호 수색·수습 현장에서 사람의 뼈를 발견하고 이토록 보고가 늦어지는 일은 흔치 않다.


세월호 수습·인양 국면 초기에는 유골이 발견된 당일 곧바로 언론에 공개하고, 희생자 가족에게 통보했다. 심지어 가족들로부터 '정부가 가족에게 알리기 전에 언론에 먼저 알리기 바쁘다'는 불만이 나올 정도였다.

수습 작업이 장기화되면서 발견되는 유골량이 늘어났지만, 이 때도 1, 2일 이상 보고가 늦은 경우는 드물다.

김 장관도 "보통 당일에 보고가 되거나, 한 공간에서 계속 유해가 나올 경우 하루, 이틀을 모아서 보고를 하는 일들이 있어 왔다"면서 "3~4일이 이미 경과하고 4~5일에 (통보)했다는 것은 보고 의무 자체를 지키지 않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장관 보고 후 뒤늦게 선체조사위원회에 보고한 일은 '세월호 선체조사위 특별법' 위반 소지도 있다. 특별법 38조와 45조는 '누구든지 위계로써 선체조사위의 직무 수행을 방해해선 안 되고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김 부단장 단독 은폐? 새 정부 장관 '왕따'시킨 조직적 은폐

그럼에도 세월호 유골 발견 사실이 장기간 은폐한 사람으로 그동안 현장 책임자인 김현태 세월호후속대책추진단 부단장이 지목됐다.

하지만 정작 조사 결과 이번 은폐 사건은 김 부단장의 독자 행동이 아니라, 이철조 단장과 사전에 협의해 조직적으로 유골 발견 사실을 감춘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조사 결과를 함께 발표한 류재형 감사관은 "김 부단장이 유해발굴사실 지연 전파에 관한 사항을 이 단장과 사전 협의한 정황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수습자 가족들이 받을 심리적 충격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 단장은 "장례식 이후 미수습자 가족이 심리적 안정을 찾은 다음 말씀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주장했다.

이 단장은 "김 부단장이 미수습자 가족과 긴밀한 소통을 해왔고 가족들의 심리적 상태에 대해 소상히 알고 있다"며 "장례식을 앞두고 심리적 충격이 가중될 수 있다고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으로는 미수습자 가족이 아닌 장·차관이나 선조위원장 등에게 보고하지 않은 일을 설명할 수 없다. 단순히 행정 편의나 정보 보안을 위해 정보를 감춘 것이 아니라 '특정한 의도'를 갖고 숨겼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이유다.
 

◇ 사흘 미루고도 끼워넣기 구두보고에 지시 불이행까지

더구나 이들이 보고 체계를 따르지 않은 이유는 황당하게도 '바빠서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 단장은 "근무하는 소재지가 세종청사 뿐 아니라 목포신항, 서울사무소를 왔다 갔다하고 있다"며 "근무지가 삼원화되어 장례식 이후로 장·차관 보고일정을 잡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유골 발견 바로 다음날인 지난 18일 김 장관은 목포신항에서 열린 영결식에 직접 참석했다. 현장수습본부 책임자들이 장관을 수행했지만, 이 때도 유해 발견 사실은 보고하지 않았다.

이 단장은 "새벽부터 영결식 장소를 바꾸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며 "그때는 저희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엉뚱한 해명을 내놓았다.

물론 세월호 후속대책추진단이 장기간 격무에 시달려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장관과의 보고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었다.

김 장관이 "다른 보고를 하고 그 끝에 이 문제(유골 발견)를 곁들여서 보고를 했다"며 "아마 실무진에서는 보고를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했던 것 아닌가 싶다"고 말할 정도다.

또 18일에도 자신에게 보고하지 않은 데 대해 "저도 이상하게 생각한다. 왜 보고를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단장 본인도 김 부단장에게 유선으로 관련 사항을 보고 받았다. 이후 장관에게 보고할 때도 별다른 준비 없이 구두로 보고했을 뿐, 보고를 위한 별다른 준비 절차도 없었다. 그럼에도 '너무 바빠서' 보고를 누락했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보고 내용조차도 부실했다. 김 장관은 지난 20일 저녁 이 단장으로부터 "'17일에 조그만 뼈조각이 발견됐다. 조은화·허다윤 양의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보고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단장과 김 부단장은 지난 22일 치러진 '삼우제'를 지낸 뒤 미수습자 가족에 연락하기로 사전에 모의했지만, 장·차관 보고 등에서는 이를 얘기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김 장관이 보고 직후 이들을 질책하면서 정식 절차대로 미수습자 가족에게 통보하라고 지시했지만, 장관의 지시는 이행되지 않았다. 현장 관료들이 자의적으로 정한 '통보 시점'이 장관의 지시보다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이 단장은 "20일 장례식을 마치고 일부 유가족과 선체조사위원장에게 알린 뒤 부단장과 상의해 미수습자 가족이 마음을 정리하면 말씀드리기로 했다"며 "그 이후로 또 보고를 해야 되는데, 업무를 하다 보니 보고시간을 놓친 것 같다"고 말했다.
 

◇ 가족 정신적 충격 우려했다? '추가 수색 여론 무마 의도' 의심돼

이 단장 등은 애초 미수습자 가족에게 유골 발견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로 이 유골이 이미 시신이 발견된 허다윤·조은화 양의 것으로 단정지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세월호를 육지로 인양한 뒤 선체 수색과정에서 발견된 희생자는 허양과 조양, 일반인 이영숙씨 등 3명이다. 이 가운데 이씨는 유해가 비교적 온전하게 발견됐기 때문에 허양과 조양의 유골일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이는 과학적 근거를 가진 판단이라기보다는 현장 관료들의 '감'에 따른 추정에 불과하다. 발견된 유골은 지난 22일에야 국과수 감식을 의뢰했을 뿐, 유골의 진짜 주인을 두 학생으로 단정할 과학적 근거는 없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유해를 발견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3년 반이 넘는 시간을 자신의 가족을 삼킨 바닷가에 남아 기다렸다. 아무리 확률이 낮더라도 미수습자 가족에게 유골 발견 사실을 통보하는 것이 당연할 뿐 아니라 정부가 약속한 절차이기도 하다.

이번 유골 은폐 파문을 좋게 보아도 가족들과 현장 공무원들의 편의를 위한 안이한 판단이고, 더 나아가 추가 수색 여론 형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기만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이유다.

◇ 희생자 가족 "朴정권이 세월호 수습 맡긴 관료들… 관료 적폐 청산해야"

그동안 해수부 관료들은 세월호 참사에 관한 결정적인 순간마다 희생자 가족과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다. 참사 전후 박근혜 정부 관료 조직이 보인 구조 과정은 '부실'을 넘어 '고의 지연' 의혹까지 불렀다.

이는 이 단장이 진두지휘했던 세월호 인양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됐다.

특조위와 시민단체의 유해·증거 유실 우려에도 세월호 선체에는 유실방지망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 갑작스레 인양 시기와 장소를 바꿨고, 정작 예정 인양 장소에서는 수 시간을 급류 위에 선체를 놓아두기도 했다.

이미 좌현 램프와 스테빌라이저 등 세월호 곳곳이 잘려나가 구멍이 숭숭 뚫린 상태였다. 육상 거치 문제를 놓고도 선체 훼손 우려를 무릅쓰고 객실 절단 방안을 강행하다 선조위의 반발에 거치 방법을 바꾸기도 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이번 유해 은폐 파문에 대해 "해수부의 전반적인 인적 청산과 조직 개편만이 이 문제를 근본적인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세월호 사태를 수습할 임무를 맡아 임명된 관료들이 고스란히 남아 세월호 현장을 아직까지 장악하고 있어 이들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김 장관에게 해수부 내에 남아 있는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근무하면서 인양을 지연하고 특조위 조사를 방해했던 사람들에 대한 인적 청산과 조직개편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그 결과 결국 똑같은 사람들에 의해 전혀 이해할 수도 없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자행되고 말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도 이러한 우려에 따라 특별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김영춘 당시 의원을 해수부 장관에 임명해 조직 장악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번 은폐 파문으로 해수부 관료들의 '적폐'만 재확인한 꼴이 됐다.

해수부는 유골 은폐 책임을 물어 김 부단장에 이어 이 단장도 보직해임하기로 결정했다. 김 장관 역시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이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만들고 나서 임명권자와 국민의 뜻에 따라 진퇴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사실상 사의를 표했다.

하지만 진상조사 결과 해수부의 구조적 책임이 추가로 드러날 경우 부처를 넘어 정부 차원에서 해수부 조직에 '메스'를 들이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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