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9일만에 현장 점검, 수험생 격려·이재민 위로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지진 피해를 입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경북 포항을 방문해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을 격려하고 지진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을 위로했다. 

지난 15일 한반도 지진 관측 사상 역대 두 번째인 5.4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9일 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쯤 첫 일정으로 포항 북구에 있는 포항여고를 찾아 지진으로 수능을 일주일 연기하는 혼란을 겪고 전날 시험을 치른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만났다. 

문 대통령은 여진의 위험 속에서도 침착하게 시험을 본 학생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 '깜짝' 방문을 예상하지 못한 학생들은 소리를 지르며 교실 밖으로 몰려들어 복도가 붐비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교실이 무너져 다른 공간에서 공부했던 3학년 9반을 찾아 "지진 대피 생활도 하고 여진 때문에 제대로 공부도 못했을까 걱정"이라며 "그런 역경을 이겨내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어려울 때 그만큼 집중하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역경이 더 좋은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다"며 "늘 위기가 오히려 기회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면 좋겠다"고 학생들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또 "제가 아시아 순방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지진 소식을 들었는데 가장 큰 걱정이 수능이었다"며 "수능을 연기한다는 것은 너무나 중대한 일이어서 처음에는 정부에서도 연기할 생각을 쉽게 하지 못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수능 수험생이 약 59만명 되는데 포항 지역에 5600명 정도니까 1%가 채 안되지만 정말 만에 하나라도 지진 때문에 포항지역 학생들이 제대로 시험을 못치거나 불안해서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면 불공정한 결과가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수능 연기에 동참해준 전국에 있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전체 학생들이 다 중요하지만 (지진 피해를 입은) 포항 지역 학생들의 안전과 공정함도 중요하게 생각해서 연기 결정을 내렸는데, 정말 고마웠던 것은 나머지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불평을 안 하시고 오히려 연기 결정을 지지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또 "오히려 포항 학생들 힘내라면서 응원도 보내주셨는데 정말 고마운 일"이라며 "우리 국민들의 마음 속에는 대한민국의 희망이 있다. 늘 소수자들을 배려하는 게 우리의 희망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포항 지진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니 많은 국민들이 후원금도 모으고 자원봉사들 오셔서 수고하고 아픔을 함께 나누시고 계시다"며 "우리 포항여고 학생들도 이번에 어찌보면 좋은 경험들을 한 것이다. 앞으로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텐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과 마음을 함께 나누는 삶을 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문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끝날 때마다 "네"라고 대답하며 소리쳤다. 

최은진 학생은 "계속 여진이 일어나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수능이 연기가 됐다고 해서 완전 좋았다"며 주먹을 꽉 쥐기도 했다. 

박민지 학생은 "지진이 발생한 뒤 너무 시간이 촉박해 불안감이 컸는데 수능이 연기됐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버린 문제집을 구하러 다닌다고 좀 힘들기는 했지만 일주일 동안 부족했던 부분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포항여고 최규일 교장은 학생들 앞에서 문 대통령에게 '나그네'로 3행시로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학생들이 운을 띄우자 '나는 그대들을 사랑합니다' '그대들도 나를 사랑합니까'라고 답했고, 학생들은 책상을 두드리며 '네'라고 답하며 활짝 웃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아까 선생님이 미리 가르쳐주셨다"고 말해 또한번 폭소가 터졌다. 

문 대통령은 포항 여고를 방문한 뒤 지진 피해로 붕괴 우려가 있어 폐쇄된 포항의 대성아파트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피해 현황을 보고받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지진으로 불편을 겪는 포항시민을 위로하고 오찬을 함께한 뒤 서울로 복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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