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공장 변화 없이는 이미지 쇄신은 소용 없고
근본적 구조개혁 없인 글로벌업체와 경쟁 무리
잇단 파업보다 위기 해소방안 마련에 동참 해야

 

김기곤
사회부장·취재1팀장

노조의 도를 넘는 찬물 세례가 자동차 산업 불경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는 노조의 과도한 요구로 인해 이미 마무리됐어야 할 임단협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가 하면 코나 증산에도 시비를 거는 바람에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현대차 임단협이 순탄치 않으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측됐다. 신임 노조 집행부 출범 후 보여왔던 노조의 지그재그식 행보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겨왔기 때문이다. “회사의 위기가 확인되면, 노조도 동참하겠다”라고 했다가 “파업이 필요하면 할 것이고 파업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투쟁전략을 마련해 대응하겠다”라는 등 신뢰 가지 않는 행보를 보여왔다. 

판매가 초토화된 마당에 한가하게 임금 타령이나 하고 회사에 민폐를 끼쳐 징계 당한 자를 복직시켜 달라고 떼쓰는 것도 모자라 생산라인에 쇠사슬을 걸고 인기 차종의 수출 길까지 차단하는 황당한 행동도 서슴지 않고 있다. 소형 SUV 왕좌를 차지하며 판매 부진에 빠진 현대차에 활력을 불어넣은 코나가 이제는 수출 길에도 올라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려 하고 있으나 노조 때문에 여의치 않게 된 것이다. 

소형 SUV 차종의 인기 상승으로 12월부터 미국 수출 예정이었던 코나는 1공장 노조 대의원회의 협의 해태와 생산 저지에 이어 급기야 파업으로 수출은 고사하고 내수 생산도 차질을 빚고 있다. 노조는 단순 퍼포먼스 차원이라고는 하나 일부 대의원이 쇠사슬로 생산라인을 묶으며 회사의 코나 투입을 저지한 것은 적절치 못한 행동임은 분명하다. 노조는 “작업장 시설 및 환경개선, 현장 관리자 인사명령 요청 등을 회사가 수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노사 협의 없이 강제로 코나를 투입해 파업하게 됐다”라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유야 어떻든 요즘 같은 불경기에 한 대라도 악착같이 더 팔아야 할 형편에 제 밥그릇까지 내던지는 노조의 행동에 동의하기 어렵다. 나빠질 대로 나빠진 회사 사정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적절치 못한 파업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번 파업은 노조를 바라보는 대외 여론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매년 노사가 수십억 원을 들여 사회 공헌활동으로 이미지 쇄신에 나서고 있지만, 노조의 무리수 때문에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차라리 이럴 거면 코나를 해외에서 생산, 판매하는 편이 회사 경쟁력에 훨씬 유리할 것이다. 이참에 노조 방해와 경쟁력 등으로 국내생산이 여의치 않은 차종에 대해서는 노조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해외 생산을 감행할 시점에 왔다. 

현대차가 비록 최근 해외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그래도 버틸 수 있는 힘의 원동력은 경쟁력 있는 해외공장 덕분이다. 2000년대 이후 현대차 급성장의 배후에는 해외공장 진출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외공장 근로자의 고혈을 국내 공장이 빼먹으면서 총체적 위기 상황을 조장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 공장에서 변하지 않으면 현대차의 장밋빛 미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노조가 이런 속 사정을 애써 외면하는 듯한 모습이다. 전환배치, 생산 유연성, 맨아워 협의, 기초질서 어느 것 하나 순조롭게 넘어간 전례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임금, 생산성, 품질 등에서 경쟁력이 약한 현대차로서는 가장 기본적인 곳에서부터 노조에 시달리는 구조다 보니 글로벌 업체와 경쟁하는 것은 무리에 가깝다. 앞으로도 이런 구조가 지속된다면 결국 멀쩡한 직원들도 동반 위험에 빠뜨리는 공멸을 초래할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내년 현대차 경영 환경에 대해 “특근을 기대하기 힘들 정도로 판매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특히 회사가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인력 구조조정도 머지않았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새어 나오고 있다. 어떻게든 회사를 정상궤도에 올려야 할 절박한 시점에서 언제까지 노조 태클에 피해를 봐야 하는지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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